[윤미숙기자] 300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정치권은 일찌감치 총선 체제에 돌입, 각 당을 대표할 선수들을 선발하느라 분주하고 뽑힌 선수들은 유권자로부터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등 전국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총선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라는 말이 흔히 나온다. 여당인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다수의 야당이 대결하는 형국이라는 의미다. 역대 총선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정권 심판론도 재부상할 조짐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치적 수사들로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높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갈수록 심화되는 경기침체, 양극화에 신음하고 있다. 먹고 사는 문제를 걱정하느라 정치 무관심만 확산되고 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여야는 총선을 앞두고 나름의 경제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하며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유권자들도 각 정당의 경제정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내가 뽑은 국회의원, 그가 소속한 정당이 앞으로 4년 나라 살림을 책임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야 정책 공약 방점은 '경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정당 정책 공약의 초점은 일제히 '경제'에 맞춰져 있다. 취업준비생, 경력단절 여성, 은퇴 중·장년층의 최대 관심사인 일자리 문제에서부터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책, 각계각층에 만연한 양극화 해소 방안까지 다양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놨다. 이는 박근혜 정부 후반기 중점 추진 중인 노동개혁과 맞닿아 있다. 2030 청년, 3040 여성, 6070 실버, 사회·경제적 약자, 농·어업인, 소상공인 등 세대별·계층별 맞춤형 공약을 마련한 게 눈에 띈다.
이밖에 신혼부부 및 저소득층, 독거노인에 대한 주거 지원을 확대하고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해선 건강보험료 부담 완화, 사교육비 경감, 사금융 대출금리 완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근로자 임금 체불 원천 봉쇄, 기업 간 불공정 거래 근절 등도 담았다.
더민주의 총선 공약 정책 기조는 '더불어성장'이다. 새누리당이 제시한 일자리 창출 공약을 제시했을 뿐 아니라 실질적 성평등 사회 구현, 대·중소기업 균형 발전, 서민경제 활성화 등 양극화 해소 방안에도 중점을 뒀다.
특히 더민주는 양극화 해소의 목표치로 '777플랜(쓰리 세븐 플랜)'을 제안했다. '777플랜'은 국민총소득(GNI) 대비 가계소득 비중, 노동소득분배율, 중산층 비중 등을 70% 수준으로 맞추겠다는 것이다.
'공정성장론'을 내세운 국민의당도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고 '흙수저', '금수저' 논란 속 좌절하는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등 양극화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공약했다. 임금 격차 해소, 노인 빈곤 해결 등도 포함됐다.
정의당의 경제정책 기조는 '정의로운 경제론'이다. 2020년까지 임금 노동자의 평균 월급을 300만원으로 끌어 올리는 게 목표다. 2025년에는 상하위 10%의 소득격차를 현재의 10배에서 5배로 줄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의 복지를 실현하겠다고도 했다.
◆표 얻으려 포퓰리즘 성행…'현명한 선택' 필요
이번 총선에서 여야는 각자가 내놓은 경제정책을 바탕으로 유권자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총선 후에도 공약이 충실히 이행된다면 각 정당의 주장대로 양극화가 어느 정도는 해소될 것이란 청사진을 여야 모두 제시하고 있다. 그야말로 '장밋빛 공약'이다.
다만 모든 공약이 실현 가능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벌써부터 정치권 안팎에서는 각 정당의 공약이 대부분 실현 불가능하거나 방대한 재원을 필요로 해 국가 재정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새누리당이 중점을 둔 일자리 창출 공약은 세대별·계층별로 세분화돼 있긴 하지만 '청년-기업 간 일자리 매칭 추진', '여성 경제활동 참여 활성화' 등 선언적 표현에 그치고 있을 뿐 구체적 방안이 나타나 있지 않다.
더민주의 '소득 하위 70% 노년층에 기초연금 30만원 지급' 공약은 2018년 기준으로 약 18조7천억원이라는 막대한 재원을 필요로 한다. 국민의당의 대·중소기업 상생 방안은 법 개정 방향을 소개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나마도 공천권을 둘러싼 여야 내부의 '밥그릇 싸움'에 가려져 있다는 점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정책 경쟁이 부각되기 어려운 이유다. 결국 중요한 것은 유권자의 날카로운 안목과 현명한 선택이다.
윤미숙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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