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형기자] 5년 전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4세 이하의 영ㆍ유아인 것으로 가습기 살균제 사고 피해자 전국조사결과 밝혀졌다.
9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팀이 1994∼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용 뒤 폐손상을 입은 것으로 의심된 374명의 임상 증상ㆍ가습기 살충제 사용기간 등을 집중 조사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폐조직이 딱딱하게 굳는 '폐 섬유화'를 유발하는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폐손상은 국내에서 1995년부터 발생하기 시작해 보건당국이 문제된 살균제를 수거 조치한 2011년까지 지속됐다.
당시 피해가 집중된 가습기 살균제의 제조사 옥시레킷벤키저는 도덕성 시비에 휩싸이는 등 피해자 가족들의 항의와 소비자 불매운동이 이어지며 기업이미지에 심한 타격을 입었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반 공산품이던 가습기 살균제를 의약외품으로 분류했으며 현재까지 의약외품으로 공식 승인받은 가습기 살균제는 없다.
연구팀 발표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판정된 사람은 모두 68명이었다. 이중 '확실'은 50명, '가능성 높음'은 12명, '가능성 있음'은 6명이다.
가습기 살균제가 폐손상을 일으킨 것이 '확실'하다는 판정을 받은 117명을 연령별로 분류한 결과, 0∼4세가 60명(51.3%)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20세 이상(43명), 5∼20세(14명) 순이었다. 성별로는 여성이 66명으로 남성(51명)보다 약간 많았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치사율도 4세 이하의 아이에서 높았다. 남아의 치사율은 42%, 여아는 70%에 달했다.
백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피해자 중엔 한 주에 7일 모두 가습기를 사용하거나 하루에 11시간 이상 쓴 사람이 많았다"며 "가습기 살균제를 장기간 사용한 사람보다는 단기간이라도 집중적으로 쓴 사람에서 피해가 컸다"고 설명했다.
또 "가습기 살균제의 첫 노출이 4세 이전이거나 가습기 살균제의 공기 중 농도가 1㎥당 800㎍ 이상일 때 사망에 이른 경우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가습기 살균제와 폐손상의 인과관계가 '확실'하게 밝혀진 117명에게 직접적인 손상을 준 살균제 성분도 분석했다.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 성분이 든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폐손상을 입은 사람이 전체의 80.3%(94명)에 달했다.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 성분의 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는 19명(16.2%)이었다.
PHMGㆍPGH는 살균제나 부패방지제로 사용하는 화학물질이다. 이들은 살균력이 뛰어난데다 물에 잘 녹아 가습기 살균제로 널리 사용됐었다. 피부독성과 경구독성은 다른 살균제보다 상대적으로 낮지만 스프레이 형태로 뿌리면 폐에 흡입돼 폐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피해를 키웠다.
유재형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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