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훈기자] "알파고의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긴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기긴 하겠지만 5:0은 힘들것 같다."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와 세계 최강 이세돌 9단이 벌이는 세기의 바둑 대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세돌 9단의 얼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세돌 9단은 8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즈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D-1' 기자간담회를 통해 하루하루 실력이 느는 알파고를 보고 진지하게 대국에 임해야 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지난달 22일 열린 챌린지 매치 개회 설명 간담회 당시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 대국에 5:0 승리를 자신한 바 있다. 알파고의 대국을 분석했을때 자신과 승부를 논할 실력이 아니었기 때문.
이날 데이비드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의 알파고 알고리즘 브리핑 이후 이세돌 9단의 표정은 서서히 바뀌었다.
이세돌 9단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직관력과 감각을 따라잡는 것은 아직 무리라고 본다"며 "하지만 오늘 설명을 들으니 어느정도 모방은 가능할 것 같다는 판단이 든다. 그러나 승부의 결과에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그는 "인간과 벌이는 대국이라면 상대의 기운, 기세를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공지능을 상대로는 그런 것을 읽을 수 없기에 스스로 가상 시뮬레이션을 하는 등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파고 vs 이세돌, 관전포인트는?
이번 대국의 관전 포인트는 지난해 10월 알파고가 유럽 바둑 챔피언 판 후이 2단과 상대할 당시에 비해 얼마나 실력이 늘었는가이다.
이세돌 9단은 당시의 알파고의 바둑 실력을 아마추어 최고수 또는 프로 3단 정도 실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그 역시 4개월 동안 얼마나 실력이 늘었는지가 이번 대국의 중요 요소라고 분석했다.
알파고와 판 후이의 대국은 이미 유튜브를 비롯해 다양한 커뮤니티에 공개돼 있다. 때문에 바둑 애호가라면 당시의 알파고가 갖고 있는 기풍과 실력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가 된다.
데이비드 하사비스 CEO 역시 이번 대국을 통해 알파고의 미래를 위한 보완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범용 인공지능으로써 갖춰야할 업그레이드 요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하사비스 CEO는 "알파고는 인간과 달리 지도나 지침을 받지 않기에 기보를 통해 받는 정제된 지식 전달이 없다"며 "방대한 양의 대국을 보고 자가 경기를 치뤄오면서 단련을 하고는 있지만 지침을 받을 수 없다는 단점을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세돌 9단은 "이번 대국은 인간과 인공지능의 진정한 대결의 첫걸음이고 그런 뜻깊은 자리의 주인공으로 서게 되서 기쁘고 영광스럽다"며 "내일은 재미있는 바둑, 아름다운 바둑을 두는 것만 생각하겠다. 바둑의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고 전했다.
성상훈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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