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물은 아무리 뜨거워도 99도에서는 끓지 않다가 100도가 되는 순간 맹렬히 끓어오르며 기화한다. 20대 총선 공천을 앞둔 새누리당 내 계파 갈등은 99도의 물과 같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더해지면 금방 끓어오를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불거진 살생부 파문은 새누리당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친박계 핵심 인사가 김무성 대표에게 살생부를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단 며칠 만에 당 전체가 끓어올랐다. 일각에서 "이렇게 가다간 공멸한다"는 위기론까지 나올 정도였다.
김 대표가 최고위원회 결정을 받아들여 공개 사과하면서 파문은 일단락됐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임계점에 도달한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은 경선 대상 확정, 우선·단수추천 지역 선정,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 등 공천 과정에서 또 다시 분출할 게 불 보듯 뻔하다.
현재 당 안팎의 시선은 이한구 공직자후보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 위원장을 비롯한 공관위에 쏠려 있다. 지난달 28일까지 선거구 변동이 없는 지역 165곳의 공천 신청자 525명에 대한 면접 심사를 마친 공관위는 경선에서 배제할 부적격자를 가려내고 우선·단수 추천 대상 지역 선정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김 대표가 살생부 파문에 대해 사과하며 공관위의 공정성을 보장하고 공천과 관련해 공정성을 떨어뜨리는 모든 언행에 대해 철저히 조사토록 한다는 최고위 결정을 수용함에 따라 공천권의 무게중심은 이 위원장에 쏠리게 됐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이에 따라 이 위원장이 천명해 온 '현역 물갈이'도 힘 있게 추진될 것이며, 이를 경계하는 김 대표 등 비박계의 반발도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살생부에 거론된 의원들이 부적격자 명단에 대거 포함될 경우 살생부 파문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당내에서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친박계인 김재원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공관위가 충분히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비박계인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YTN 라디오에서 "당 대표가 공천을 포함해 선거 전체에 대한 최종 책임이 있다"고 했다.
친박계와 비박계의 대치 전선은 비례대표 공천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친박계는 이미 꾸려진 공관위가 비례대표 공천까지 논의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비박계에서는 비례대표 공천을 위한 별도의 기구 구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미숙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조성우 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