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기자]경영위기에 빠진 일본 디스플레이업체 샤프가 결국 대만 폭스콘에 매각된다. 샤프와 폭스콘이 애플의 중소형 패널 공급업체와 아이폰 등의 위탁생산 업체라는 점에서 두 회사의 결합은 향후 애플과의 전략적 관계 강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
더욱이 현재 공급과잉 상태인 LCD 시장의 대만 업체 공세도 거세질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하는 국내 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조짐이다.
샤프는 25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대만 폭스콘이 제시한 6천600억엔(약 7조2천800억) 규모의 지원안을 수용키로 했다고 NHK 등이 보도했다.
당초 일본 정부는 샤프를 외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는 방향으로 방침을 정하고 재팬디스플레이의 대주주이기도 한 일본 정부 산하 투자펀드 INCJ의 인수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폭스콘 측이 INCJ보다 2배 수준의 인수가를 제시하는 등 의지를 보이면서 결국 폭스콘에 매각하는 쪽으로 결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기업이 대만 업체에 매각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폭스콘은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위탁생산하는 업체로 혼하이의 자회사이기도 하다. 이번 인수로 아이폰 위탁 생산 등에 이은 사업다각화를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지원안 등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폭스콘은 이번 샤프 인수로 TV 시장 진출을 비롯한 애플 등과의 전략적 관계 강화 등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폭스콘 샤프 인수, 여파는?
지난 1912년 설립된 샤프는 일본의 대표 전자업체로 주력사업인 LCD 사업부문이 패널가격 하락 및 시장 경쟁 심화로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재무상태 악화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LCD 시장 진출 등을 꾀해온 폭스콘의 모회사인 혼하이는 지난 2012년에도 샤프 인수를 추진했다 불발, 이번에 뜻을 이루게 된 셈이다. 혼하이 그룹이 샤프 인수에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은 주요 사업인 애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위탁생산 물량이 감소하는 등 새로운 동력 마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샤프는 삼성이나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와의 경쟁에서는 밀리고 있지만 대형 TV 패널에 특화된 8세대, 10세대 LCD 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혼하이가 샤프를 통해 최근의 TV 대형화 추세에 맞춰 대형 패널 생산 및 원가 경쟁력을 갖춘 TV 시장 진출 등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가 한때 샤프가 혼하이와 공동 경영중인 사카이 공장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실제로 지난 2013년 샤프에 100억엔을 출자하기도 했던 삼성전자는 현재 별도의 10세대 라인이 없어 사카이공장 10세대 라인에서 생산된 60인치 이상 대형 패널을 공급받아 왔다.
무엇보다 샤프가 그동안 애플에 스마트폰 및 태블릿PC용 디스플레이를 공급했던 만큼 혼하이는 이번 폭스콘을 통한 샤프 인수로 애플 제품의 위탁 생산 외에도 디스플레이 공급까지 가능해진 셈이다. 향후 차세대 애플 제품의 디스플레이 공급에 나설 것으로도 예상되는 대목.
당장 애플에 디스플레이를 공급중인 삼성, LG와의 경쟁은 물론, TV용 대형 LCD 패널 시장을 둘러싸고 폭스콘-샤프 연합을 비롯한 대만 업체의 공세도 거세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과 자본을 갖춘 혼하이의 샤프 인수로 현재 공급과잉 상태인 LCD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며 "특히 애플에 대한 중소형 패널 공급물량이 늘 수 있어 국내 업체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영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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