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국내 중견 게임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가상현실(VR) 분야 선점을 위해 최근 발빠른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끈다.
게이머들에게 친숙한 유명 게임 지적재산권(IP)을 앞세워 가상현실 게임 개발에 뛰어드는 게임사들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이들 중견 게임사는 올해부터 본격 상용화를 맞는 VR 게임에 일찌감치 대응에 나서 새로운 강자로 거듭나겠다는 공통된 목표를 제시했다. 아직 시장성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VR 게임 개발을 주저하는 대형 게임사들과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다.
◆'가상현실은 우리가 먼저'
2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현재 VR 게임 개발에 착수한 게임사는 조이시티·엠게임·한빛소프트·드래곤플라이 등으로 모두 올해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유명 지적재산권을 토대로 가상현실 게임을 개발 중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현재 가장 활발히 VR 게임을 준비 중인 게임사는 한빛소프트(대표 김기영)다. 이 회사는 온라인 게임 '오디션'을 소재로 한 '프로젝트A(가칭)'을 비롯해 건슈팅게임 '프로젝트H(가칭)', 요리를 소재로 한 '프로젝트H(가칭)'을 자체 개발 중이다. 또한 '모탈블리츠VR'을 만든 스코넥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헬게이트VR(가칭)'과 영어 교육게임 '오잉VR'도 함께 준비 중이다.
이중 간판 IP인 오디션을 내세운 프로젝트A의 경우 아이돌 캐릭터와 한 공간에 있는 듯한 체험을 제공하고 감정도 교류할 수 있는 게임으로 개발되고 있다. 보다 실감나는 게임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회사 측은 VR 전용 컨트롤러도 만든다는 계획이다. 한빛소프트는 "자체적으로 가상현실 게임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팀을 작년 하반기부터 구성했다"고 전했다.
조이시티(대표 조성원) 역시 전 세계 6천500만 모바일 게임 '건쉽배틀'을 소재로 한 VR 게임 '건쉽배틀2 VR'을 연내 출시하기로 했다. 2014년말부터 개발에 착수한 이 게임은 헬리콥터 조종석에 착석해 게임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피로도를 최소화하는 방향에 중점을 뒀다.
2013년부터 VR 관련 학술 연구를 시작한 조이시티는 VR에 최적화된 게임 구현을 위해 오큘러스와 밸브, 소니 등 유명 VR 기기 업체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조성원 조이시티 대표는 "2013년부터 VR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인식하고 R&D를 진행해왔기에 선도적인 기술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래곤플라이(대표 박철우)도 온라인 게임 '스페셜포스' IP을 활용한 VR 게임을 개발한다고 23일 밝혔다. 지난해부터 VR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진행해 온 드래곤플라이는 올해 스페셜포스 및 레이싱 장르까지 총 2종의 VR 게임을 연내 가시화한다는 계획이다. 스페셜포스를 활용한 VR 게임은 전장에 있는 듯한 현장감을 제공하는데 중점을 두고 개발 중이다.
엠게임(대표 권이형)의 경우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인 '프린세스메이커'를 소재로 한 가상현실 게임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엇갈리는 VR 시장 전망…중견 게임사들 미래 가치에 베팅
가상현실 게임은 오는 2020년까지 전 세계 시장 규모가 300억 달러(약 37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다. 올해 초 정부가 게임 및 가상현실 산업을 중심으로 2017년까지 1조원 규모의 시장을 창출하기로 공언하면서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이처럼 VR은 스마트폰에 이어 새로운 게임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분야지만 아직 이 시장에 대해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엇갈린 시각도 존재한다. 기기 경량화 등 VR 기기의 진보가 이어져야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유진투자증권 정호윤 연구원은 "온라인·모바일 게임에 집중된 국내 게임산업이 VR 시장의 성장에 따른 수혜를 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과거 모바일 게임 시장 또한 2009년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한 후 2013년부터 본격적인 시장의 성장이 이뤄졌으며 VR게임 시장의 본격적 확대까지도 역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은 "(가상현실 헤드셋이) 아직 경량화가 이뤄지지 않아 20~30분 착용하고 게임을 플레이하기에 불편함이 있다"면서 "30분에서 1시간 이상 착용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선글라스나 최소 고글 정도로 경량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를 대표하는 넥슨, 넷마블게임즈, 엔씨소프트 등 대형 게임사들이 VR 게임 개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큘러스VR 등 주요 가상현실 헤드셋의 판매량 등 지표 등이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섣불리 시장에 진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사이 중견 게임사들은 VR 게임 시장에 조기 대응해 새로운 강자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부터 본격화되는 VR 기기 상용화에 앞서 미리 개발 역량을 확충해 새로운 강자로 거듭나겠다는 취지다.
VR 게임을 개발 중인 게임사 관계자는 "온라인·모바일 게임 분야 주도권은 대형 게임사에 내줬으나 VR 게임만큼은 우리가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개발 노하우를 미리 축적해 다가오는 VR 게임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도 "2016년부터 상용화를 앞둔 VR 게임 시장의 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한 투자를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문영수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