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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 이틀째…야당 의원 4명 돌아가며 버텨


김광진-문병호-은수미-박원석, 국내 최장시간 발언 기록 깨져

[채송무기자] 테러방지법의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막기 위해 야권이 무제한 토론 (필리버스터)에 나선지 이틀째, 야당은 의원 4명이 돌아가며 20시간이 넘도록 반대 토론에 나서고 있다.

국회 본회의는 전날 23일 저녁 7시 경 시작됐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들이 막판까지 테러방지법 논의를 했으나 합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정 의장이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하자 야당은 필리버스터로 맞섰다.

첫 번째 주자로 필리버스터에 나선 이는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오후 7시부터 토론에 들어가 5시간 33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전까지 국내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은 1964년 당시 의원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갖고 있었다. 김전 대통령은 김준연 자유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저지하기 위해 본회의에서 5시간 19분에 걸친 의사진행 발언을 실시했다.

두 번째 주자는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이었다. 문 의원은 다소 짧은 1시간 49분 동안 "국정원에 너무 큰 권한을 주는 것은 위험하다"며 정의화 국회의장에 직권상정을 철회해줄 것을 요구했다.

세 번째로 단상에 오른 더민주 은수미 의원은 10시간 18분 동안 발언을 이어가 국내 최장시간 발언 기록도 갈아치웠다. 은 의원은 24일 새벽 2시 30분부터 발언을 시작해 12시 48분 자리를 내려왔다.

지금까지 국내 최장 발언 기록은 1969년 신민당 박한상 의원이 3선 개헌 저지를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행한 10시간 15분이었다. 그러나 박 의원의 기록은 국회 상임위에서 앉아서 발언한 것으로 서서 하는 국회 본회의의 발언과는 차이가 크다.

은 의원은 발언 동안 항의하는 새누리당 의원들과 갈등을 벌이기도 했다. 은 의원이 "정부가 테러방지법에는 그렇게 관심을 가지면서 실제 폭력에 노출된 시민들에게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유성기업 노조 이야기를 하자 자리에 앉아있던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이 "테러방지법과 전혀 관련이 없는 발언을 하고 있다"면서 고성을 지른 것이다.

김 의원이 고성을 지르며 삿대질을 하자 은 의원은 "서로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것일 뿐인데 왜 김 의원은 동료 의원에게 소리를 지르고 삿대질을 하느냐"고 반박했다.

고성이 오고가는 과정에서 김용남 의원은 "그런다고 공천 못 받아요"라고 했고, 은 의원은 "나는 공천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다. 이는 동료 의원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사과하라"고 하는 등 갈등도 일었다.

1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불편한 듯 다리를 주물렀던 은 의원은 마지막 발언에서 끝내 눈물을 흘렸다. 은 의원은 "테러방지법이 되더라도 사람이 밥은 먹고 살겠지 라고 혹자는 말한다"며 "그러나 국민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있고 어떤 억압에서도 자유로워야 하는데 테러방지법은 그런 것을 못하게 할 수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지만 제발 다른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현재는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네 번째로 필리버스터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새누리당은 야당을 거세게 비판하며 압박하고 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중진회의에서 "국회 선진화법 통과로 40년 만에 도입된 필리버스터의 첫 작품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테러방지법 저지라니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원 원내대표는 "어떻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까지 진영 논리와 당리당략에 이용할 수 있나"라며 "외국에서는 아무리 여야가 대치를 해도 국가 안전 앞에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한다. 이것이 정상이고 지극한 상식으로 더민주의 행태는 국가도 국민도 안보도 없는 이기적인 정치쇼"라고 맹비난했다.

채송무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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