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야권이 정의화 국회의장의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반대해 무제한 토론 (필리버스터)에 돌입하면서 여야가 합의한 선거구 획정안의 국회 처리가 안개 국면에 돌입했다.
여야는 4.13 총선을 50일 앞둔 23일, 선거구 획정에 합의해 총선의 룰이 마련됐다. 여야가 합의한 선거구 획정 기준은 지역구 국회의원 253석과 비례대표 47석이고, 인구기준일은 2015년 10월 31일이다.
정 의장은 이같은 선거구 기준을 중앙선관위 선거구 획정위원회에 송부해 25일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확정해 제출할 것을 당부했다. 선거구 획정안이 제출되면 국회는 25일 오후 안전행정위원회를 열어 의결한 후 국회 법사위를 거쳐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었다.
이와 함께 여야는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북한인권법과 무쟁점법안들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의화 의장이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야당이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을 선택한 것이다.
합법적 의사진행 방위인 필리버스터의 첫 주자로 나선 더민주 김광진 의원이 5시간 33분으로 지난 1964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5시간 19분의 기록을 깼고, 이후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이 1시간 50여분 간 바통을 이어받았다.
세 번째 주자로 나선 더민주 은수미 의원은 새벽 2시 30분부터 발언을 시작해 오전 9시 45분 현재까지 7시간 15분 째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김광진 의원이 세운 기록을 바로 깬 것으로 더민주는 24시간 발언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필리버스터는 의원 1인당 1회에 한정해 토론에 나설 수 있고 의제 외 발언은 금지, 더 이상 토론 신청 의원이 없거나 토론 종결 동의가 가결될 경우 해당 안건을 표결하게 돼 있다. 혹은 의원 3/5 이상이 토론 종결을 요구할 경우에 토론이 종결될 수 있지만 새누리당 의석수가 157석이어서 필리버스터가 쉽게 종결될 가능성은 적다.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원들이 희망하는 사람이 없거나 지쳐서 더 못할 때까지는 갈 것"이라며 "끝까지 가면 3월 10일까지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의석수가 108석, 국민의당이 17석, 정의당이 5석이어서 이론적으로는 2월 국회가 종료되는 3월 11일까지 발언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26일 예정된 선거구 획정안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선거구 획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4.13 총선이 연기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더민주 김기준 원내대변인은 24일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선거법을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인권과 관련된 중요한 법을 비상사태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직권상정으로 처리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선 저희 108명의 의원들이 온 힘을 다해서 막아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날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내에서 상당수의 의원들이 테러방지법에 대해 문제점을 공감하면서도 선거를 앞두고 일방적인 반대를 하는 것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필리버스터의 동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
평행선만 이루고 있는 여야가 협상을 통해 이 문제를 처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여야의 정치력이 가장 발휘될 수 있는 시기는 문제가 막혀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여야가 정치력을 통해 테러방지법 국면을 넘어갈 수 있을지 선거를 앞둔 시기에서 국민들의 눈이 여의도 국회를 향해 있다.
채송무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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