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근기자] 전국 5대 짬뽕을 꼽을 때마다 빠지지 않는다는 강릉의 'K반점'. 그 명성이 너무도 자자해서 실제로 찾아가본 결과! 제 점수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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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앞에서 2시간을 기다렸다. 미안한 기색이라곤 조금도 없는 종업원의 무표정까지는 그래도 참을 만했다. 그 집 짬뽕에는 그 흔한 오징어 한 조각 없었다. 육기 빠진 메마른 홍합과 바지락 몇 개가 해물의 전부였다. 국물은 도대체 조미료를 얼마나 넣은 건지···.
기어이 한 젓가락을 먹어보고서야 알았다. 택시기사가 강릉 사람들은 오히려 그 집을 안 간다는 말의 의미를. 이처럼 소문난 맛집인데도 막상 찾아가면 실망인 식당이 전국적으로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최근 우체국 열풍으로 말 그대로 '대박' 난 알뜰폰 업체들이 어쩌면 딱 그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가입부터 개통까지 길면 일주일 이상을 대기해야 한다. 늘어선 손님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 어떤 업체들은 아예 일시적으로 손님 받기를 포기한 곳도 있다. 일반적인 대리점을 방문하면 보통 개통에 한 시간이 채 안 걸리는데…
그래도 별 수 없다.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어도 하루 종일 통화 중인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인터넷 게시판마다 알뜰폰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실망도 넘쳐난다.
비싼 요금 고지서에 시달린 소비자들 입장에선 알뜰폰의 급부상은 고무적이다. 알뜰폰 업체들도 요즘 같은 인기는 만성적인 적자구조를 탈출할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모처럼 들뜬 업계 분위기가 희망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체국 알뜰폰의 최근 붐은 알뜰폰 업체들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기도 했다. 취약한 고객 서비스 기반 때문이다. 가입과 개통, 요금안내와 분실신고, 불편접수 등 어쩌면 저렴한 요금제 자체보다 더 중요할지 모를 기본기의 부재다.
물론 대기업 계열을 제외한 알뜰폰 업체들의 영세한 사정은 잘 알려져 있다. 요금제 종류에 따라 통신 3사에 절반 이상을 내야 하는 비싼 망 임대료(도매대가), 도매가와 별도로 통신사에 납부하는 업무대행 수수료 등을 제하면 기실 남는 게 별로 없다. 올해 하반기 전파사용료 면제가 만료되면 마진은 더 떨어질 게 분명하다.
알뜰폰 업계는 소비자들에게 더 낮은 요금과 탄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아직까진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3년간 알뜰폰 업체들에 대해 망 임대료를 인하하고 전파사용료를 면제했다. 우체국을 동원해 판매장소와 인원을 직접 지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알뜰폰 업체들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 서비스 인력을 늘리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다양한 부가 서비스도 개발해야 한다. 실망하는 손님들이 적어야 제도적 지원을 요구하는 논리에도 설득력이 생길 것이다.
알뜰폰은 국민적인 통신요금 인하 요구에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사업이다. 출범 5년 만에 전체 가입자의 10%를 돌파했고 지금은 지난해 하루 평균 10배가 넘는 신규 가입자를 맞이하고 있다. 그만큼 알뜰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가 크다.
손님들은 실망스런 맛집을 또 찾아가지 않는다. 모쪼록 알뜰폰 업계가 양적인 성장만큼 질적인 성장도 서두르길 바란다.
조석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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