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권력자' 발언이 고질적 계파 갈등을 폭발시켰다. 그간 '자제 모드'를 유지했던 친박계는 김 대표를 향해 연일 십자포화를 퍼부으며 김 대표 측과 정면충돌하는 모양새다.
김 대표는 지난 2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중장기 경제 어젠다 추진 전략 회의'에서 "4년 전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대다수 의원이 반대했지만 당시 권력자가 찬성으로 돌아서자 반대하던 의원들도 찬성으로 태도를 바꿨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김 대표는 다음날인 27일 청년 대상 당 공천설명회에서도 "과거에는 공천권이 당의 소수 권력자에 의해 밀실에서 좌지우지돼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친박계는 이 같은 김 대표의 발언이 박근혜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공격한 것으로 간주, 강하게 반발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선진화법이 국회를 통과하던 때와 19대 총선 때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친박계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29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의도를 가지고 말하는 게 확실한 것 같다"며 "김 대표가 말하는 (상향식) 공천 제도를 온갖 수모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켜내고 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말한 것 같다. 20대 총선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궤도를 이탈할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서 "전혀 부질없고 쓸데없는 발언"이라며 "총선에서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기 위해 안정적인 과반 의석이 필요하다고 호소해야 하는데 권력자라는 건 아무 쓸데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권력자란 대통령이라든지 3김 시대처럼 카리스마를 가지고 당을 자기 손아귀에 넣고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라며 "국회선진화법 개정이나 이전 (19대 총선) 공천과 관련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때 대통령은 당을 이끌고 있는 한 사람이지 대통령이 아니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비박계도 맞대응에 나섰다. '권력자' 발언은 상향식 공천을 강조하기 위해 한 언급일 뿐 박 대통령을 겨냥한 게 아니라고 강조하며 김 대표를 옹호했다.
김 대표 측근으로 꼽히는 김성태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 "김 대표가 말하려 했던 것은 상향식 공천의 필요성과 새누리당이 추구하는 정치 혁명에 대한 당위성"이라며 "특정 권력자를 지칭해서 한 게 아니다. 일부 최고위원들이 격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두언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없는 말을 한 것도 아니고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고 왜 시비를 거는 건지 이해가 잘 안 간다"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친박계와 비박계 간 20대 총선 공천권 싸움에 불이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장 공천관리위원회 인선과 관련해 친박계는 이한구 의원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밀고, 김 대표는 '이한구 카드'를 수용하는 대신 공천관리위원 선임에 관한 전권을 요구하며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미숙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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