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인간을 대신해 스스로 주행하는 차량인 '자율주행차' 시대가 다가오는 가운데, 18일 KTB투자증권은 첨단 운전자 안전지원 시스템(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ADAS) 핵심부품 산업의 입지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국제가전 박람회 CES의 가장 큰 화두로 자율주행차가 부각되는 등 중장기 성장동력을 잃은 IT기업들은 '바퀴 달린 스마트기기'인 자율주행차 산업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자율주행은 운전자가 모든 주행을 주관하는 레벨0부터 운전자의 개입 없이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4까지 총 5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인지-판단-제어' 프로세스 중 현재 제어 부문은 성숙단계이며, '판단' 부문에서는 향후 완성차업계와 IT업계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재 기술개발과 양산은 레벨2단계이며 대중화 수준은 레벨0로 파악된다.
KTB투자증권은 "완성차업체들이 오는 2025년 전후로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천명하고 경쟁적으로 안전/편의성능 향상에 열을 올리고 있어 ADAS 채택률은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레벨2에 해당하는 차량은 현재 2만3천대에서 2030년에는 3천155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완성차업계와 IT업계 중 자율주행차 주도권의 향배에 대해 KTB투자증권의 자동차업종 애널리스트는 자동차업계쪽이, IT업종 애널리스트는 IT업종이 상당부분 주도권을 가질 것이라는 상반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 담당 문용권 애널리스트는 기존 완성차업계의 주도권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자율주챙차 기술특허현황 분석 결과, 기존 완성차업체가 막대한 특허를 바탕으로 기술을 선도중이며, 완성차업계는 기존 업체간 전략적 제휴 강화로 IT업체에 차량주행정보 제공을 거부하며 진입장벽을 구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막대한 자금과 기술 노하우가 필요한 내연기관 및 파워트레인에서 기존 완성차업체는 막강한 경쟁우위를 갖추고 있으며, 수직계열화 및 규모/범위의 경제를 바탕으로 자율주행차를 대중화시킬 수 있는 능력에서도 완성차업체가 앞서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존 완성차업체 중 기술경쟁력과 개발능력을 갖춘 소수 업체들만 적자생존할 가능성이 크다며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간 인수합병이 확대될 것으로 봤다.
반면에, KTB투자증권에서 IT부문을 맡고 있는 진성혜 애널리스트(반도체)와 김양재 애널리스트(디스플레이/핸드셋)는 IT업체들이 자율주행차 헤게모니를 상당부분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두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을 통해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을 해체해본 경험이 있는 구글, 애플 등의 IT업체들이 자율주행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또 보쉬, 컨티넨탈 등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이 완성차업체 대비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구글과 협력중으로, 구글은 일정 수준의 서플라이 체인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불어 "포드와 구글의 합작설에서 보여지듯 영업이익률이 낮은 완성차업체는 구글카 위탁생산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완성차·IT업계 누가 자율주행차 패권가져도 ADAS 입지 강화"
KTB투자증권의 자동차 및 IT담당 애널리스트들은 그러나 "누가 자율주행차 패권을 갖더라도 첨단 운전자 안전지원 시스템(ADAS) 핵심 부품업체의 향후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완성차업체는 개발부담 완화를 위해 핵심부품업체와 유대관계 강화가 필요하며, 신규 진입자는 필요 기술 보완을 위해 핵심부품업체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를 감안할 때 국내부품업체 중에서는 ADAS에서 기술력과 부품을 갖춘 현대모비스와 만도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현대차그룹 내에서 핵심부품과 전장을 담당하는 현대모비스는 향후 현대/기아차의 자율주행 기술개발의 중심에 설 것으로 판단했다.
삼성전자 등 한국 IT업체들도 전장관련 사업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상황으로, KTB투자증권은 "일본 IT업체들과 비교해 한국 IT업체들의 전장 관련 기술력이나 제품 다양성은 많이 부족하지만, 성장동력을 상실한 한국 IT업체들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성이 '전장'임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적으로 가시적 성과를 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다소 길어질 수 있으며, 한국 IT업체들도 제품 라인업을 풍족하게 가져가려면 관련업체를 인수합병하는 노력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혜경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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