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근기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가 성장정체 상태인 케이블 업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통신업계의 경쟁을 촉진해 유료방송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고려대 김성철 교수는 29일 한국미디어경영학회 토론회에서 발제를 통해 "케이블 업계가 생존하려면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규모를 키워야 한다"면서 "지금은 케이블 업계가 홈쇼핑 송출 수수료를 통해 근근이 적자를 면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케이블 업계가 수신료와 영업이익 감소, 저가구조 속의 출혈경쟁, 저조한 디지털 전환율로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자칫 국가 기간산업 성격을 띤 방송에 약탈적인 재무적 투자자나 중국 자본의 유입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유료방송 시장의 매출액은 4조3천978억원으로 2013년보다 8.6% 증가했다. 같은 기간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IPTV 가입자가 1천85만명으로 24.6% 증가한 데 반해 케이블 업계는 전년과 유사한 1천461만명으로 정체상태를 나타냈다.
모바일 동영상 트래픽이 최근 1년간 50% 증가하는 등 통신업계는 모바일 IPTV를 통해 데이터 수입을 늘리고 있다. 또한 방송과 통신 위주 결합상품 판매로 IPTV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반대로 케이블 업계의 디지털 전환율은 IPTV 절반 수준인 50%로 통신업계에 견줘 서비스 경쟁에서 크게 뒤쳐지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케이블 업계가 디지털 전환을 완료해 방송통신 융합, 네트워크 고도화 등 서비스의 질을 키워야 하는 상항에서 현실적으로 국내 대기업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호남대 곽규태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방송·통신 선진국들의 경우 업계 내 인수합병(M&A)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글로벌 트렌드와 달리 한국은 ICT 융합을 강조하면서도 관련 업계의 M&A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곽 교수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 미국 내 대표적인 IT업체들이 적극적인 M&A로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며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도 국내 미디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양대 김용규 교수는 "(이번 인수전을 계기로 업계 내 M&A가) 활성화될 경우 통신업계의 투자로 케이블 사업자의 망이 기가급으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며 "방송의 품질향상 혜택은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국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KT가 778만명으로 1위, CJ헬로비전이 416만명으로 2위, 티브로드가 330만명으로 3위, SK브로드밴드가 282만명으로 4위를 기록했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할 경우 신설법인 가입자는 698만명으로 단숨에 2위로 뛰어오른다.
김 교수는 "이번 인수를 통해 시장재편이 이뤄질 경우 상위 사업자들 입장에선 경쟁업체들로부터의 가격인하 압박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며 "유료방송 서비스 가격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석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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