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훈기자] 중국 정부가 막대한 자본을 투입, 반도체 설계부터 제조·장비·부품까지 전방위적인 산업 육성에 나서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영 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을 앞세워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추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1·2위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D램 메모리 시장 진입도 예고된 상황.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경쟁우위를 지닌 미세공정을 활용, 격차 벌리기에 나설 전망이다. 특히 고부가 제품군을 중심으로 수익을 높이고, 미래 시장을 주도하는 전략으로 중국 파상 공세를 막아내겠다는 전략이다.
◆진격의 중국, 최대 변수로 떠오른 '마이크론'
중국 국영 칭화유니그룹은 자회사 퉁팡궈신에 800억 위안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 이중 600억 위안(한화 10조 7천억원)은 메모리 반도체 양산을 위한 생산라인(팹) 건설에 쓸 계획이다.
또 나머지 200억 위안(162억위안 M&A, 38억위안 파워텍 인수)은 반도체 관련 기업에 대한 M&A와 대만 반도체 후공정업체 파워텍의 지분 25%를 사들이는 데 활용키로 했다.
칭화유니그룹은 지난 1988년에 설립된 중국 최대 반도체 회사로 지난 9월 자회사 유니스플렌더를 통해 세계 1위 HDD 기업인 '웨스턴디지털'의 지분 15%를 인수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웨스턴디지털을 통해 샌디스크를 190억 달러에 우회적으로 인수,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기반으로 한 SSD 시장 진입을 예고한 상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기술 격차가 크지만 중국이 막대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메모리 시장에 진출, 저가의 제품을 대량 생산해 시장을 장악한다면, 국내 기업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세공정 기술을 기반으로 세계 D램 시장을 선도 중이지만 중국의 이같은 파상공세로 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을 인수한다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칭화유니그룹은 지난 7월 마이크론 인수를 위해 230억 달러(한화 26조 6천524억 원)를 제안했다 미국 정부가 보안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인수 무산 뒤 마이크론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칭화유니그룹이 인수가액을 약 30% 이상 높여 재 시도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여전히 가능성은 남아있는 상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뒤를 추격중인 마이크론은 최근 일본 히로시마 공장에 9천425억 원을 투입, 내년부터 18나노 공정보다 앞선 16나노미터 공정 기반의 D램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소현철 이사는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 100% 수입 국가여서 메모리 반도체 진출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향후 대만 D램 업체 인수 혹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국내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이크론의 실적 부진도 대주주들의 중국 매각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반도체 노광장비업 독점체인 ASML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주요 제조업체들이 D램 전량을 외부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장비를 포함한 메모리 기업 육성책이 추진되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실제로 ASML은 D램 양산에 필수인 고가의 극자외선(EUV) 장비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생산량이 한정돼 16나노 공정을 추진중인 마이크론에게도 ASML 장비 확보가 신공정의 도입의 관건이 될 정도다.
칭화유니그룹이 증자를 통해 확보한 800억 위안을 메모리 반도체 양산을 위한 생산라인 건설 및 M&A 등에 활용키로 한 것도 이같은 가능성을 부추기고 있다.
이오테크닉스 성규동 대표는 "칭화유니그룹이 막대한 자본을 들여 ASML, 어플라이드 등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 인수를 시도할수도 있다"며, "만약, ASML가 중국에 넘어갈 경우, 우리나라에 장비(EUV)를 늦게 공급해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SK하이닉스, 10나노대 신공정으로 맞대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앞선 미세공정으로 이같은 경쟁업체의 추격을 따돌리고 중국발 위기 속 시간을 벌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은 최근 "중국의 거센 추격에 대한 기민한 대비책과 신성장사업에 선제 대응하는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한다"며, "향후 5년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향배가 갈릴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장 양사는 내년을 기점으로 18나노미터(nm, 10억분의 1미터) 미세공정기반의 D램 양산을 준비 중이다.
목표 양산시점은 삼성전자가 내년 상반기, SK하이닉스는 내년 하반기로, 삼성전자는 화성 17라인의 웨이퍼 생산량을 월 4만장에서 5만장으로, SK하이닉스는 이천 M14 팹의 웨이퍼 생산량을 1만5천장에서 7만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업계에서 유일하게 20나노미터 공정기반의 D램을 양산 중이다. 내년 18나노 D램 생산에 진입한 뒤, 오는 2020년에는 10나노 미세공정 기반의 D램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께 20나노초반 미세공정 기반의 D램 기술개발은 완료했지만, 현재 주력 제품은 한 단계 뒤쳐진 25나노미터 공정 D램에 머물러있다.
4분기부터 양산을 시작해 내년 중반께는 전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20나노초반 D램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다.
아울러 양사는 4분기부터 전체 D램 시장 수요가 예년보다 둔화되는 속에서도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평균 메모리 용량은 지속 확대될 것으로 판단, LPDDR4 D램을 중심으로 공급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이는 LPDDR(Low Power Double Data Rate) D램이 스마트폰·태블릿PC 등에 활용되는 저전력·소형화 특성을 갖춘 메모리 제품군으로, 시장수요가 높은데다 중국 기업이 쉽게 격차를 좁히기 어려운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또 미세공정 기술을 이용하면, 공급물량 확대를 위한 신규 생산라인에 대한 대규모 투자없이도 웨이퍼당 생산물량을 늘릴 수 있어 비용면에서도 효율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메모리 시장의 수요 부진으로 D램의 평균 판매가격이 떨어졌지만, 20나노미터 공정기반의 D램 공급량을 확대해 수익성 개선을 달성할 수 있었다"며, "D램은 미세공정이 적용될수록 고성능·원가경쟁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양태훈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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