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인연이 악연으로?'
'내비게이션 2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SK플래닛(T맵)과 록앤올(김기사)이 지도 데이터 사용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SK플래닛이 전자지도 DB를 무단사용했다며 록앤올을 제소하자 록앤올을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기업 SK플래닛이 벤처의 성장을 막는다며 맞서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번져갈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시작은 T맵 서비스를 운용하는 SK플래닛이 소송전에 나서면서 비롯됐다. SK플래닛은 "김기사를 운영하는 록앤올이 T맵의 전자지도 DB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지난달 30일 서울중앙법원에 지식재산권 침해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SK플래닛은 계약이 끝난 뒤에도 록앤올이 무단으로 지도 데이터를 쓰고 있다면서 김기사에서 '워터마크'가 발견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일부러 길안내 표지에 오탈자를 적용하고 있는데 김기사에서도 그대로 표시됐다는 것이다.
그러자 록앤올은 곧바로 3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T맵 전자지도 DB 무단사용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지식재산권 침해 사실도 없다"며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고 송사까지 벌이는 것은 대기업이 벤처의 성장을 가로막는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박종환 록앤올 대표는 "현재의 지도 데이터는 정부 3.0에 따른 공개 데이터와 한국공간정보통신의 데이터, 사용자 기반의 빅데이터 세 가지를 활용해 만들었다"며 "법원에서 가져질 문제"라며 SK플래닛의 주장을 일축했다.
◆4년간의 인연, 악연되나
록앤올과 SK플래닛이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기사는 2011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T맵의 지도 데이터를 사용해왔다. 당시 SK M&C(현 SK플래닛에 합병)가 제안해 2011년 1월 전자지도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4년이 흐른 지금은 인연은 악연으로 변했다.
SK플래닛은 "국내 모바일 내비게이션 업계의 확대와 벤처지원 차원에서 T맵의 주요 서비스를 플랫폼화해 공개했고, 록앤올에 최저 수준의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박종환 록앤올 대표는 이 시간을 '억압과 고통의 시간'이라 표현하고 있다. SK플래닛이 부당한 가격 인상을 지속했고 심지어 언론에 김기사에 대한 내용이 크게 다뤄질 때마다 '지도 제공을 중단하겠다'는 엄포를 놨다고 말했다.
또한 2012년 여름 SK플래닛이 록앤올에 M&A 협상을 제안하고 약 2개월 간 기술 실사를 진행하면서 김기사의 핵심 기술에 대한 과도한 정보 공개 요청으로 협상이 중단되는 일까지 벌어졌다는 게 록앤올 측의 주장이다.
◆"벤처 지원 노력 폄하" vs "김기사 흠집내기일 뿐"
깊어진 감정의 골을 감안하면 양 측의 공방전은 상당기간 계속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김기사 측은 이번 사태를 지식재산권 침해 분쟁이 아닌 의도적인 여론전으로 규정했다.
박종환 록앤올 대표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 핵심은 지적재산권이 아니며 우린 침해한 적이 없기 때문에 하나도 거리낌이 없다"면서 "필요하다면 SK플래닛 주장에 대해 공정위 신고를 포함한 가능한 법률적 검토를 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플래닛은 "김기사 측은 '지난 6월 말 기준 T맵 전자지도 DB는 전체 삭제했다"고 밝혔으나, 11월 3일 현재에도 다수의 T맵 전자지도 DB 디지털 워터마크가 발견되고 있다"며 "기사가 자체 제작한 정보로 대체했다면 워터마크가 발견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의 벤처 지원 노력들이 폄하되고 지식재산권 보호 요청들이 대기업의 횡포로 왜곡되는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이라며 "본질을 벗어난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당초 계약 종료시 합의한 대로 T맵 전자지도DB의 즉각적인 교체를 재차 요구한다"고 했다.
김국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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