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387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에 휘청이고 있다. 국정 교과서 개발 예산으로 편성된 44억원의 예비비를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면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 심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예결위는 지난 28일부터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종합정책질의를 진행했지만 사흘째를 맞은 30일까지도 국정 교과서 개발 예산 예비비 편성 관련 자료 제출 여부를 놓고 공방만 거듭하고 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행정예고 기간 예비비 편성의 부당함을 강조하며 정부 측에 예비비 내역 공개를 연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새누리당은 현행 국가재정법 상 예비비는 행정부에 집행 권한을 위임하게 돼 있으며, 집행 내역과 관련해서는 예비비로 사용한 금액의 총괄명세서를 다음 연도 5월 31일까지 국회에 제출하게 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맞섰다.
이날 회의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행정예고 기간 불법적인 역사교과서 국정화 예비비 편성에 대해 많은 의원들이 자료 제출 요구를 했지만 황교안 국무총리 등이 전례가 없다면서 거부하고 있는데, '정부 3.0 대한민국 정보공개'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예비비 내역 공계 사례가 있다"며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비비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자진해서 국민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 임의적으로 (공개)하는 부분 외에 국회와의 관계 속에서 자료 요구 형태로 국회에 (예비비 내역을) 제출한 일이 없다"고 일축했다.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도 "예비비 사용 총괄명세서는 다음 연도 5월 31일까지 국회에 제출하도록 법문에 규정돼 있다"며 "이런 명백한 내용을 가지고 일주일 내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야당을 질타했다.
예결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김재경 예결위원장의 자제 요구에도 불구하고 의사진행발언을 이어가며 '교과서 예산 공방'만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도 연출됐다.
◆與 "사사건건 트집" vs 野 "동네 개가 짖어도…"
여야 지도부 간 공방도 연일 격화되고 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예결위 심사가 예산과 상관없는 사안으로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야당의 발목잡기로 헛바퀴만 돌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 원내대표는 "야당은 지난 수 년 간 국정의 본질에서 벗어난 문제를 정국 블랙홀로 만들어 예산·법안 처리의 발목을 잡고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며 "야당이 민생을 외면하고 정쟁에 몰입한다면 겨울 보다 더 차가운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확대간부회의에서 "예결위에서 정부 여당은 파행도 감수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우리 당 안민석 간사는 '동네 개가 짖어도 이렇게는 안 하겠다'고 격렬하게 항의했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역사교과서 예비비 자료가 공개됐을 때 국가 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을 주는 극비도 안니지 않느냐"며 "떳떳하면 (자료를) 제출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윤미숙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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