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손 안의 모바일 게임이 또 한 번의 진화를 맞이하고 있다. '나홀로' 플레이에 그쳤던 과거에서 벗어나 이제는 온라인 상에서 다른 사람들과 만나 실시간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모바일 게임과 PC 온라인 게임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게임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기술력이 가미된 '온라인 게임'급 모바일 게임이 시장의 새로운 한 축을 형성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대규모' '실시간' 앞세운 차세대 신작들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주요 게임사들은 올해 출시되거나 공개를 앞둔 신작에 대해 '대규모', '실시간'이라는 특징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기존에 등장한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들과 차별화 요소를 부각하기 위해서다.
올해 초 '레이븐'을 흥행시킨 넷마블게임즈(대표 권영식)는 연말 출시를 앞둔 모바일 RPG '이데아'를 최대 42명이 동시에 실시간 전투를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고 소개했다. 넷마블앤파크(대표 김홍규)가 개발 중인 이데아는 대규모 전투 콘텐츠와 더불어 단행본 4권 분량의 시나리오를 갖춘 온라인 게임급 작품이라는게 회사 측 설명이다.
'리니지2', '테라'로 유명한 박용현 넷게임즈 대표가 개발 중인 '프로젝트 히트' 역시 최대 6인이 동시에 참여하는 이용자간 대결 콘텐츠(PvP)와 5인이 참여하는 실시간 레이드가 특징인 게임이다. 히트의 글로벌 판권(중국 제외)을 확보한 넥슨(대표 박지원)은 올해 하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히트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블레이드', '영웅'을 흥행시킨 네시삼십삼분(대표 장원상, 소태환) 역시 실시간 대규모 콘텐츠를 앞세운 모바일 게임 '로스트킹덤'을 연내 선보인다. 팩토리얼게임즈가 개발 중인 이 게임은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각종 레이드와 이용자간 대결 콘텐츠를 탑재하고 있다. 특히 로스트킹덤은 온라인 게임의 '길드'와 같이 게임 내 온라인 커뮤니티가 부각된 작품이 될 전망이다.
중국 게임사들이 선보이는 신작들 역시 이러한 고품질 게임들과 무관치 않다. 일례로 에프엘모바일코리아가 10월 말 출시 예정인 '대륙'의 경우 실시간 파티 플레이는 물론 최대 300명이 동시에 전투가 가능하다. 다른 서버 이용자와 실력 대결을 펼칠 수 있는 서버대전도 구현돼 있다.
올해 4월 출시돼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상위권을 이어가고 있는 웹젠(대표 김태영)의 '뮤오리진' 역시 이러한 특징을 모두 갖춘 모바일 게임이다. 최대 200명이 한꺼번에 전투에 참여하는 길드 전투와 같은 실시간 대규모 콘텐츠에 힘입어 뮤오리진은 출시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함없는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기술력의 발달…어디까지 왔나
이들 신작이 실시간 콘텐츠를 구현할 수 있었던 까닭은 기술의 발달 때문. 불과 1년 전 출시된 모바일 RPG들만 해도 비(非) 실시간 콘텐츠가 주를 이뤘다. 겉으로는 친구들과 대전을 벌이는 듯 해도, 실상은 컴퓨터가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조작하는 논플레이어블캐릭터(NPC)와 게임을 즐기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서버와 그래픽 기술의 진보로 실시간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 적게는 수 명에서 많으면 수백 명에 이르는 이용자가 동시에 전투에 참여하는 게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천마시공이 개발한 뮤오리진에는 서버 분산 노하우가 추가됐다. 웹젠은 중국 게임사들이 4세대 이동통신(4G)이 대중화된 한국과 달리 열악한 중국 내 통신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서버내 수용인원을 자동으로 분산하는 기술 등이 발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 처리 기술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웹젠은 "화면에 이용자들이 다수 몰릴 경우 이용자의 스마트폰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폴리곤(3D 그래픽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이 자동으로 조절되는 기술도 뮤오리진에 구현돼 있다"고 전했다.
중국 에프엘모바일이 개발한 대륙 역시 게임 내 오브젝트(사물) 상호작용에 따른 시스템 및 메모리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자동으로 게임 플레이에 최적화시키는 기술이 탑재돼 있어 다수의 이용자가 한 화면에 몰려도 끊김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에프엘모바일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진행한 대륙의 비공개테스트(CBT)에서 200명 이상 이용자들이 동시에 참여해 보스를 사냥했으나 튕김 현상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적화 기술로 용량 축소…3G에서도 무난히 구동
이처럼 고급 기술력과 콘텐츠가 가미됐지만 이들 모바일 게임의 총 용량이 1기가바이트(GB)를 넘지 않는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클라이언트 용량이 기본적으로 수 기가바이트에 이르는 PC 온라인 게임들과 대조를 이룬다는 얘기다.
대륙의 총 설치용량은 300메가바이트(MB)에 불과하며, 뮤오리진 역시 330메가바이트 수준이다. 650메가바이트인 이데아 테스트 버전의 경우 정식 출시 전 최적화 작업을 거칠 경우 용량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RPG는 설치용량이 70메가바이트인 캐주얼 게임 '앵그리버드'와 비교해도 불과 5~6배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넷마블게임즈 측은 "다년간 PC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며 쌓아온 개발 노하우와 모바일 최적화 기술로 인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최소 3G 환경에서도 실시간 대규모 콘텐츠를 무리없이 플레이할 수 있게 설계된 점도 주목된다. 일단 와이파이(wi-fi) 이상 통신 환경에서 게임 설치만 마치면 이후에는 3G 인터넷 망에서도 차질없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게 이들 게임사의 공통된 설명이다.
게임업계는 이처럼 PC 온라인 게임 수준으로 발전한 모바일 게임들이 게임 시장의 새로운 한 축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틈틈히 즐기는 모바일 게임 특성에 맞게 장시간의 플레이를 요구하는 콘텐츠만 내놓지 않는다면 충분히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재영 액션스퀘어 대표는 "짧은 시간에 틈틈히 즐기는 이용자들이 많은 모바일 게임 특성상, 온라인 MMORPG에 가까운 게임들이 유일한 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모바일 게임들이 줄 수 없는 이용자간 상호작용(Interaction)은 분명 신선하고 매력적인 요소로, 모바일 게임의 호흡에 맞는 재미만 부여한다면 분명 시장의 큰 흐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영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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