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공공정보화 시장에서 대기업만 내보내면 벌이가 좋아질 줄 알았습니다."
중견 IT 서비스 업체에 종사하는 ㄱ씨는 "이 정도로 수익성이 나빠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호랑이(대기업) 없는 굴에서 여우(중견업체)가 왕 노릇을 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중견 IT 서비스 기업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공공정보화 사업에 대기업이 참여하는 것을 제한하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시행된지 3년째로 접어들었지만 수익성은 더 나빠진 데다 일부 기업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공정 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맞기까지 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의원이 공공정보화 사업에서 아예 중견기업까지 배제하자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오히려 궁지에 몰린 중견기업에 대한 동정론이 나올 지경이다. 중견 IT 서비스 기업들은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을 의원실에 제출한 상태다.
◆'판'은 그대로…저가 발주 원인 지목
당초 공공정보화 사업에서 삼성SDS·LG CNS·SK주식회사 C&C(옛 SK C&C)를 내보낼 때만 해도 중견 기업들의 기대감은 컸다.
'빅3'가 떠나고 '새로운(NEW) 빅3'가 등장할 것이라는 표현까지 나왔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법이 시행된 첫 해를 지나 본격적인 사업 참여가 이뤄졌다고 판단하는 2014년 중견 IT 서비스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바닥을 쳤다. 대우정보시스템(0.2%), KCC정보시스템(0.3%), LIG시스템(0.8%)은 채 1%가 안 됐다.
올 상반기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쌍용정보통신은 29억원, 대우정보시스템은 1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중견 IT 서비스 업계는 저가발주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과업변경을 해놓고도 정당한 대가를 주지않는 비합리적 관행도 암암리에 남아있다. 과당경쟁도 수익악화를 부추기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대기업 3곳이 경쟁했다면 지금은 4~6개 업체가 과당경쟁을 벌인다"며 "(사업참여) 기회가 늘어난 건 맞지만 '판'은 그대로라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중견 기업들이 수익성만 따져서 사업을 수주하는 것도 아니다. 다른 관계자는 "공공사업에 집중하려는 기업들은 경험을 쌓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을 놓고 문제제기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경영정보학회가 법 실행 이후 중견중소기업의 실효성이 악화됐다는 조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자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법 시행 후 중소 SW 기업들의 당기순이익이 올랐다며 반론을 펴기도 했다.
김국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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