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롯데그룹 소속 계열사 81개 중 3분의 1이 넘는 28개 기업이 외국인 투자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준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롯데그룹 소속 외국인 투자기업 현황' 자료를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8개 상장기업 중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롯데손해보험 등 3개 기업이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롯데그룹의 주요 기업인 호텔롯데, 롯데물산, 롯데알미늄, 롯데리아, 세븐일레븐(코리아세븐) 등도 외투기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기준 의원은 "롯데쇼핑과 롯데카드를 제외하면 롯데그룹 핵심계열사 대부분은 외투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특히 최근 롯데그룹이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상장을 고려하고 있는 호텔롯데, 롯데리아, 세븐일레븐, 롯데정보통신 등은 모두 특혜로 성장한 외투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외투기업의 최대주주는 롯데홀딩스, L투자회사 등 대부분 일본기업으로 나타났다. 또 28개 외투기업 중 22개 기업 국적이 일본이며 롯데제과를 비롯한 일부 외국인투자자 국적은 케이먼군도 등 조세회피처 국가로 드러났다.
특히 롯데제과는 버진아일랜드 국적의 2개 기업으로부터 283만 달러를 투자받았다고 신고했다. 최초 외투기업 등록일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 김 의원 측은 사업보고서 상 롯데제과의 주주 현황에 버진아일랜드 등 해외국적의 주주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외투기업은 외국인(또는 외국법인)이 국내기업 주식 10% 이상을 취득해야 등록될 수 있다.
롯데제과의 주주 중 10% 이상을 취득한 주주는 외투기업인 롯데알미늄이 유일하다. 이에 따라 롯데알미늄이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롯데제과에 투자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바이더웨이를 100% 소유한 세븐일레븐도 케이먼군도와 네덜란드를 통해서 410만 달러가 투자됐다. 세븐일레븐 역시 주주 중 10% 이상을 취득한 외국인 주주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의원은 "이 역시 롯데그룹 외투기업(롯데제과, 롯데로지스틱스)이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세회피처는 소득세가 아예 없거나 낮은 특혜를 제공하고 금융·조세 정보를 비공개로 보장하고 있다. 또 해외자산 은닉·탈세와 비자금 조성을 목적으로 활용돼 흔히 '검은돈의 천국'이라 부르기도 한다.
또 2014년 기준 롯데그룹 전체 매출 중 28개 외투기업 매출 비중은 46%, 당기순이익은 43%를 차지했다. 그리고 롯데는 이들 외투기업이 최대주주가 돼 다른 국내계열사 21개를 지배하고 있는 구조다. 계열사 수로는 60%, 매출액 비중으로는 64%가 직접적으로 일본기업의 지배를 받고 있는 셈이다.
또 롯데그룹 외투기업의 투자신고금액은 총 21억3천442억 달러로 나타났다. 롯데그룹은 2014년 말 기준 자본금 4조2천억 원(자본총계 57조 원), 자산 112조 원의 국내 5대그룹으로 성장했다.
외투기업은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각종 조세감면 등의 혜택을 받고 있다. 롯데그룹은 롯데호텔과 부산롯데호텔 건설 과정에서 세금 특혜와 면세점 운영 특혜, 롯데월드, 제2롯데월드 건립 과정에서 인·허가 특혜 등 수많은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김 의원은 "국적과 특혜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외투기업을 통해 받은 각종 특혜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최근 거론되는 외투기업들이 상장하면 최대주주인 일본기업에 수십조 원의 상장차익이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롯데그룹은 모태가 된 롯데제과 등이 조세회피처를 통해 자금을 유치하게 된 경위와 배경을 밝히길 바란다"며 "국세청은 탈세나 비자금 조성 여부에 대해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유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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