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내년부터 시행되는 하도급 구조개선 관련 소프트웨어산업(SW)진흥법 하위법령(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 IBM, HP 등 외국계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이 SW사업 품질 저하, SW 개발자 처우 악화 등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SW 개발용역의 다단계 하도급 거래를 규제한다는 당초 취지를 넘어 일반적인 하도급 거래까지 제한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총판, 대리점 등 협력사를 통한 단순물품 구매나 설치 용역은 하도급에 해당하지 않을뿐더러 재하도급도 허용해야 한다는 게 이들 기업들의 주장이다.
정확히는 올해 12월 31일부터 시행되는 하도급 구조개선 관련 SW산업진흥법은 하도급비율 제한(50%), 재하도급의 원칙적 금지, 공동수급(컨소시엄) 활성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외국계 IT 기업 관계자는 "하도급 제한은 SW 개발용역에 대한 다단계 하도급 문제를 도려내기 위한 목적이었는데 일반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지금은 '융단 폭격' 식이 돼버렸다"고 주장했다.
◆"SW 하도급 형태 다양한데…"
논란이 되는 부분은 지난해 12월 개정된 SW산업진흥법의 '하도급 정의' 조항이다.
신설된 제2조 11항은 '하도급이란 도급받은 SW사업을 도급하기 위해 수급인이 다른 SW사업자와 체결하는 계약(하도급받은 사업을 재하도급하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말한다'고 씌여 있다.
한국IBM 관계자는 "수급인이 다른 SW 사업자와 체결하는 모든 계약을 하도급으로 보게 되는 것"이라며 "이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 정의하는 일반적인 하도급 거래의 개념과는 상당한 차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2조에서는 하도급 거래를 주로 '위탁'의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단순물품 구매는 포함되지 않는다.
또 수도권정비계획법 제2조 제1호에 따라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을 제외한 지역에서 공공SW사업을 수행하는 경우 SW 설치용역 및 상시점검 등 단순업무는 재하도급을 허용하나 이는 전체의 10~20%에 불과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SW 산업은 컨설팅, 시스템 운영·유지관리, SW개발·구축, HW 및 상용 SW 구매·설치 등 사업유형에 따라 하도급의 형태가 다양해 일괄적인 제한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中企 영업기회 축소?
외국계 기업들은 일괄적으로 하도급을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상생협력시스템을 파괴하고 중소기업의 영업기회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보통 외국계 기업들은 협력사들을 통해 국내에 진출해 있다. 그래야 대기업, 정부기관뿐 아니라 중소기업, 지방정부, 공기업, 학교, 연구소 등까지 효율적으로 영업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HW·SW 제조사, 총판, 대리점, 시스템통합(SI), 발주기관의 단계로 이어지는 유통구조가 전체 유통물량의 70~80%를 차지한다.
한국IBM 관계자는 "이 법에 따라 단계를 줄이게 되면 엉뚱한 기업들이 '돌'을 맞을 수 있다"며 "유통구조를 변경 또는 축소하면 그 과정에서 유통을 담당하는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영업기회를 잃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총판, 대리점 등을 거치는) 이런 유통방식은 책임을 분산하고 중소기업도 이익을 얻는 구조로 시장이 진화하면서 적합한 형태로 굳어진 생태계"라며 "지금까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은 부분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국HP 관계자는 "외국 기업은 SI업체를 통해 공공기관 발주를 하고 있다"며 "단순물품 구매나 설치용역은 제외돼야 한다"면서 "안 그러면 유통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진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부 소프트웨어산업과 관계자는 "즉답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미래부는 시행령안을 수정·보완하고 규제심사 등의 입법절차를 거쳐 12월말 법률시기에 맞춰 시행령을 공포・시행할 예정이다.
김국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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