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최근 급변하고 있는 동북아 정세가 한일의 종전 70주년 기념사 이후 어떤 방향으로 이동할지 주목된다.
세계 정세는 미국 단극 체제에서 중국의 부상으로 G2 체제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북아는 중국의 영향력 증대와 이를 견제하는 미국과 일본의 연합 강화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한민국 외교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전통적 우방으로 정치와 군사 등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과 최대 교역국으로 우리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이 커진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펼쳐왔지만 점차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아지고 있다.
여기에 한일 관계와 남북관계도 냉전을 거듭하고 있다. 보수적 성향인 일본 아베 총리가 역사 왜곡과 평화 헌법 개정 등에 나서면서 우리 정부와 냉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동북아의 두 우방인 일본과 한국이 긴밀한 관계를 회복하기를 요구하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한일관계 회복의 기본으로 천명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지난 2년반 동안 한일이 정상회담도 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종전 70주년과 광복 70주년을 맞은 한일 양 정상이 담화를 내놓아 주목된다. 이 담화에서 양 정상은 기존의 입장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관계 회복에 대한 의지를 보여 한일 관계가 회복 국면을 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아베 "명예 상처당했던 여성 잊어선 안돼" 위안부 문구 회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4일 공개한 담화에서 과거사에 대한 '사죄'와 '반성' 등을 언급했지만 현 일본 총리로서의 직접적인 사과가 아닌 과거 내각의 입장을 되풀이하는 간접적인 방식을 택해 논란이 됐다.
아베 총리는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손해와 고통을 일본이 준 사실. 역사는 실로 돌이킬 수 없는 가혹한 것"이라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각각의 인생이 있고, 꿈이 있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다는 사실을 음미할 때, 지금도 말을 잃고 그저 단장(장이 끊어짐)의 생각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전화를 거친 나라들에서도 젊은이들의 생명이 여럿 이름 모르게 잃어졌다"며 "전장의 그늘에서는 깊은 명예와 존경을 상처 당했던 여성들이 있었던 것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서도 언급했지만 '일본군 위안부'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이에 대해 성명을 통해 "일본은 피해 국가에 성실하고 진지하게 사과해야 한다"면서 "깨끗하고 철저하게 군국주의 침략 역사와 절연해야 하며 이같은 중대한 원칙상 문제에 있어 회피하려 해선 안된다"고 강한 입장을 밝혔다. 중일 관계는 이후에도 갈등의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제70주년 광복식 경축사에서 아베 총리의 담화에 대해 "우리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역사는 가린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살아있는 산증인들의 증언으로 살아있는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가 아시아의 여러 나라 국민들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준 점과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한 사죄와 반성을 근간으로 한 역대 내각의 입장이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국제사회에 분명히 밝힌 점을 주목한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최근 밝힌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유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박 대통령은 "일본 정부는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공언을 일관되고 성의 있는 행동으로 뒷받침해 이웃나라와 국제 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조속히 합당하게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해 한일 관계 개선의 초석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한일 관계가 현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남북관계가 최악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일 관계는 진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중 관계도 복원 기미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 후반기 중국과 미국을 연이어 방문하며 정상외교를 펼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번 광복 70주년 담화 이후 한일 관계 복원이 올 후반기 한일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동북아 정세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채송무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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