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의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강도 높은 재벌개혁을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여당인 새누리당도 관련 대책 마련에 착수하면서 이른바 '재벌개혁론'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與도 '재벌개혁'…당정 기존 순환출자 손 대나
정부와 새누리당은 오는 6일 당정협의를 갖고 대기업 지배구조 관련 개선책을 협의할 예정인 것으로 5일 알려졌다.
회의에서는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등 정부 당국 관계자들이 '롯데 사태'로 불거진 문제점을 보고할 예정이며, 재벌개혁과 직결되는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신규 순환출자에 대해서만 금지하고 있을 뿐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금지 규정이 없다. 당정이 이 법을 논의 테이블에 올리려 하는 것은 416개에 달하는 롯데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 순환출자까지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당정은 재벌 총수 일가가 소수 지분으로 기업을 지배하는 데 대한 견제 장치가 필요한지 여부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의 경우 신격호 총괄회장(0.05%)을 비롯해 자녀와 친인척 지분을 모두 합쳐도 2.41%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5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신씨 일가가 불과 2.4%의 지분으로 416개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은 순환출자 때문"이라며 "정부 당국은 꼬리가 몸통을 흔들 수 없도록 순환출자에 대해 분명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 정무위원장을 지낸 김정훈 정책위의장도 "대기업 오너가 미미한 지분으로 회사를 개인 회사인 양 좌지우지하는 것은 경제 정의 상 옳지 않다"면서 "공정거래법 개정 2년이 지난 만큼 해당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野 재벌개혁 드라이브, 노동개혁에 '맞불'
새정치민주연합은 2012년 7월 당론으로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재추진키로 하는 등 재벌개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개정안은 신규 순환출자 아니라 기존 순환출자도 금지하고 있다.
이밖에 대주주·오너의 독단적 경영에 대한 사외이사의 견제·감시 강화, 기업이 자사주를 특정인에게만 유리한 조건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도 함께 추진될 전망이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 여당이 올 하반기 중점 추진하는 노동개혁에 맞서 재벌개혁을 '맞불 카드'로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롯데) 사태의 본질은 재벌의 전근대적 소유구조 문제에서 비롯된다. 극소수 재벌 총수의 지분과 친족의 지분이 전체 기업을 황제처럼 좌지우지하는 지배구조 문제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이런 일은 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 공약을 파기했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재벌 대기업의 전근대적 지배구조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데도 경제민주화의 핵심인 재벌개혁은 오간 데 없이 사라졌다"며 "정부 정책기조 전환을 통해 공정한 시장경제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문 대표는 "노동개혁은 재벌개혁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 재벌개혁 없는 노동개혁은 노동자에게만 고통을 주는 반개혁"이라며 '노동개혁-재벌개혁 연계' 방침을 시사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재벌개혁 드라이브의 첫걸음으로 이날 오후 3시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재벌개혁을 위한 경제민주화 시즌2' 토론회를 열고 재벌 지배구조 개선책, 소액주주에 대한 비보호와 경영자·대주주 전횡 개선책, 정경유착 개선책, 대통령 재벌개혁 공약 불이행 등을 논의한다.
윤미숙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조성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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