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훈기자] 8년여를 끌어온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근로자의 백혈병 피해 보상 협상이 사실상 타결될 전망이다. 제3자 기구인 조정위원회를 구성, 운영한 지 8개월 만의 성과다.
다만 삼성전자는 조정위 권고안의 공익법인 설립 대신 1천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 조기 보상 및 재발 방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는 협상 당사자 중 한 측인 가족대책위원회가 공익법인 설립 등까지 기간이 소요돼 우선 보상을 요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반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 측은 공익법인을 통해 정기적인 사업장 점검 등을 주장해온 만큼 반올림 측의 반발 등이 최종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3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발생한 백혈병 보상과 관련해 조정위원회의 1천억 기금 조성 등 안을 대폭 수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삼성전자는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조정위원회의 취지를 반영해 가족들의 아픔을 신속하게 해결할 최선의 방안을 마련했다"며 조정위 권고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조정위가 제시했던 대로 1천억원 기금을 조성, 보상금 지급과 예방활동, 연구활동 등에 활용하고 조성된 기금은 보상 이외에 ▲반도체산업 안전보건 증진을 위한 연구 조사 ▲반도체 중소기업 산업안전보건컨설팅 ▲반도체 산업안전보건전문가 양성 ▲해외 사례 조사 ▲기타 반도체 산업 안전 보건 향상을 위해 필요한 사업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신속한 보상 집행과 함께 협력사에 대한 보상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조정위가 권고한 사단법인 설립 대신 기금 조성을 통해 보상 등에 우선적으로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사단법인의 경우 법인을 설립하고 그 법인을 통해 보상을 실시하려면 또다시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대신 기금을 조성하면 법인 설립에 따르는 절차 없이 신속한 보상이 가능하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상설기구와 상근인력 운영 등 보상 이외의 목적에 재원의 30%를 쓰는 것보다는 고통을 겪은 분들께 가급적 많은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기금 운영방안과 사용처 등 세부 내용을 빠른 시일내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보상 범위 및 대상과 관련 원칙과 기준은 가급적 조정위가 권고한 방식을 존중하고, 상주 협력사 퇴직자도 보상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보상 대상은 지난 2011년 1월 1일 이전 삼성전자에 입사해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생산 등 작업공정, 관련 시설의 설치 정비 및 수리 업무를 1년 이상 수행하다가 지난 1996년 이후 퇴직한 환자를 근로자를 대상으로 정했다.
삼성전자는 "권고안이 지난 2011년 이전 입사자를 모두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이 경우 40년전에 퇴사한 근로자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현실적이지 않다"며 일부 수정 배경을 설명했다.
◆1천억 기금 조성, 협력사까지 보상 및 재발 방지
협력사의 경우도 지난 2011년 1월 1일 이전에 삼성전자 반도체와 LCD 생산라인에 배치돼 상주하며, 작업공정, 관련 시설의 설치 정비 및 수리 업무를 1년 이상 상시 수행하다가 지난 1996년 이후 퇴직한 근로자에 대해서도 보상하기로 했다.
보상 범위는 조정위가 보상 대상 질병으로 권고한 질병 중 유산·불임 군을 제외한 11개 항목으로 정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환경적 요인보다 유전적 소인이 강한 일부 질병은 외부에 판단을 맡기겠다"며 "다만 보상 대상 질병 선정은 인과관계 여부와 무관한 지원과 위로의 관점에서 이뤄진만큼 기존 산재보상제도에는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다"며 산재보상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퇴직 후 발병시기는 권고안이 잠복기를 근거로 최대 14년 이내에 발병할 경우 대상에 포함하도록 규정한 것에서 최대 기준은 10년 이내로 제안하되 나머지 질병은 권고안과 동일한 조건을 적용하기로 했다.
보상금 산정은 기본적으로 권고안을 따르되 1군과 2군에 적용하도록 돼 있는 미취업 보상과 위로금은 두 항목을 합쳐 2년간 평균임금(성과급 제외)의 70%를 지급키로 했다.
이같은 보상안에 따라 보상위원회를 구성하는 대로 곧바로 신청 접수에 들어가 연내 대부분의 보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장 내 직업병 발생 예방을 위한 외부 전문가를 주축으로 한 종합진단팀 구성에도 동의했다. 종합진단팀은 고용노동부가 위촉한 반도체 보건관리 모니터링 위원회 위원 중 4~5명 외 국내·외 전문가 2~3명, 근로자 대표 1~2명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진단을 통해 문제점이 나타나면 진단기구가 제시하는 개선안을 신속히 실행할 것"이라며 "모든 화학제품에 대해 중대 유해물질 포함여부를 조사하고 문제 발견시 제품 사용정지 등 필요한 조치할 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임직원건강지킴이센터를 신설해 산재의심 질환 발생시 산재신청을 비롯한 종합적 지원을 실시하고 ▲임직원 건강관리 전담인력 확대와 맞춤형 진단·치료 제공 등 예방대책도 함께 시행할 계획이다.
이밖에 삼성전자는 권고안 대로 근로자들의 건강권 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사과문도 작성해 발표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당사자와 가족들의 아픔이 조금이나마 덜어질 수 있도록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모든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고자 노력한다는 원칙을 지켜왔다"며 "앞으로 1천억 원 기금 조성과 보상, 종합진단 실시와 예방조치 등 모든 약속을 신속하게 실천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 백혈병 피해 보상을 위해 지난 연말 발족한 조정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삼성전자, 반올림, 가족위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구체적인 보상 대상 질환 및 범위를 담은 조정권고안을 발표했다.
조정위 권고안에는 삼성전자가 1천억원을 기부, 공익법인을 설립해 보상 및 재발방지와 함께 사업장에 대한 정기 점검 등을 받도록 했다.
양태훈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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