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근기자] 국정원 직원의 자살을 둘러싼 의혹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과 국정원이 이 사건을 두고 석연찮은 태도로 일관하면서 의구심을 부채질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이 국정원 불법해킹 의혹에 대해 추가 고발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제의 '빨간 마티즈' 폐차, 경찰이 증거인멸?
새정치연합 전병헌(사진) 최고위원은 24일 "경찰이 국정원 불법해킹 프로그램 도입의 핵심인물로 지목되는 숨진 임모 과장의 차량을 폐차했다"며 증거인멸 의혹을 제기했다. 그 시점도 하필이면 '차량 바꿔치기' 의혹이 제기된 지난 22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임모 과장의 마티즈 차량은 이날 폐차된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임모 과장이 이달 초 2일 차량 구입 시점부터 주행거리 20만km의 폐차 시점이 가까운 차량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량에 대해선 지난 22일 경찰이 자살 직후 발표한 사진과 직전 CCTV에 포착된 화면에서 번호판 색깔이 달라 바꿔치기 의혹도 제기됐다. 경찰은 자체 검증을 통해 과도한 빛 노출에 따른 착시현상이라고 설명했지만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재검증을 의뢰한 상황이다.
경찰은 지난 20일에도 임모 과장이 숨진 지 이틀만에 서둘러 수사를 종결했다. 이 과정에서 휴대전화 통화내역 및 문자메시지 분석, 사망하기 직전까지 행적 등 기초적인 조사도 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전문가가 딜리트 키로 자료 삭제? 계속되는 의혹
임모 과장은 국정원에서 20년 가까이 활동안 사이버 분야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해킹 프로그램 도입과 운용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 18일 오전 자택을 나선 지 7시간 만에 사망한 채 발견됐다.
당시 그는 자살한 차량 안에 남긴 유서를 통해 해킹 프로그램으로 인한 불법적인 내국인 사찰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자료를 자신이 직접 삭제했다"고 말해 의혹을 더 키웠다. 불법적인 활동이 없었다면서도 굳이 증거를 삭제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야당 등의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이 국정원을 통해 "사망한 직원이 딜리트(delete) 키를 누르는 방식으로 자료를 지웠다"고 언론에 전달한 내용도 의혹을 부채질했다.
사이버 분야 전문가가 디가우징(자력을 이용한 디지털기록 파괴) 같은 원천 제거 방식을 두고 굳이 쉽게 복구가 가능한 딜리트 키를 이용한 삭제를 했겠느냐는 것이다. 딜리트 키를 이용한 삭제는 윈도 휴지통에 파일을 버리는 것으로 초보자도 복구할 수 있다.
특히 임모 과장의 사망 직후 국정원 직원들이 전례 없는 '직원 일동' 명의의 성명서를 발표한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정원은 이 성명서를 통해 해킹 프로그램 도입에 대한 정치적 공세가 임모 과장을 자살로 몰고 갔다며 야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은 24일 국정원 직원들의 이같은 집단행동에 대해 추가적인 검찰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국정원의 성명이 공무원법과 국정원법 위반인 동시에 임모 과장의 죽음과도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은 "성명서의 내용 중 죽을 이유가 없는 사람이 죽었다는 애도성 문구가 나온다"며 "(임모 과장이) 죽을 이유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현재로서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정원이 워낙 방대한 조직이라 그런 사실에 대해 알 만한 곳은 국정원 내부 감찰실 정도"라며 "죽을 이유가 없다는 성명 자체가 대단히 의미심장한 만큼 반드시 수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전날 새정치연합의 국정원 불법해킹 의혹 1차 고발건을 두고 대검찰청과 조율을 통해 늦어도 다음주 초 사건을 배당할 부서를 결정할 방침이다.
조석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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