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이사진 교체 등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장기전까지 염두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법원의 주총 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에 항고하고, 필요시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하는 등 본격적인 경영 참여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화 한 것. 17일로 예정된 주총에서 치열한 표대결을 예고한 가운데 엘리엇측이 공세 수위를 더욱 높이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주주총회 결의 금지에 대한 가처분 신청이 1심에서 기각된 것은 유감"이라며 "이에 3일자로 항고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앞서 엘리엇측은 법원에 합병 비율 산정의 부당성, 합병이 일반 주주가 아닌 삼성 오너일가의 지배구조 강화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법원에 주총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법원은 합병비율 산정 등에 문제가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엘리엇측은 "이번 합병은 공정하지도, 주주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아 합병을 막아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다"며 "판결을 앞둔 삼성물산의 (KCC에 대한)자사주 처분에 대해서는 법원이 우리측 의견을 지지할 것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엘리엇측은 최근 제일모직이 기업설명회를 통해 30%대 배당성향 등 주주친화 정책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의미 없다"고 비난했다.
엘리엇은 "삼성측이 발표한 배당확대 및 별도 지배구조위원회 설치 등 계획은 주주를 달래기 위한 의미없는 노력"이라며 "이미 삼성물산의 지난해 배당성향이 28%에 달한 만큼 합병 후 배당성향 30%는 실제로는 퇴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엘리엇은 17일로 예정된 주총에서 표대결을 통해 합병을 저지하는 한편, 이후 지배구조 개선 요구 등을 본격화 할 수 있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필요하다면 임시주총을 소집, 이사진 교체 등을 요구할 수 있다며 압박 수위도 높혔다.
엘리엇은 "합병이 무산될 경우 주주들로서는 삼성물산의 현 이사회에 주주가치 구현을 위해 경영 및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합병 저지 의지를 다졌다.
또 "엘리엇은 모든 주주의 이익을 위해 임시주총을 소집, 현 이사진 교체 및 이사 추천위원회나 보수결정 및 리스크관리 관련 새로운 위원회 설치, 정관 변경 등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엘리엇은 또 17일 예정된 주총때 표대결을 의식 "일부 주주들이 이번 합병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며 "공정성과 국민의 권리에 깊은 관심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의 주주인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국민연금에 엘리엇과 함께 이번 합병에 반대해 줄 것으로 우회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물산이 소액주주 위임장 확보에 나서는 등 양측의 세 모으기와 힘 겨루기가 본격화 되면서 17일 주총 결과 역시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이번 합병 성사에 키를 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에 참고가 될 자문기구 ISS의 의견서가 3일 전후로 발표될 예정이어서 이 역시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박영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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