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응을 풍자한 개그프로그램이 국회를 뜨겁게 달구었다.
1일 개최된 2014년 결산심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KBS2TV의 정치풍자 코너 '민상토론'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민상토론' 행정지도 처분이 부적절하다며 철회를 주장했다. 반면 여당 측은 풍자를 넘어 인신공격의 성격이 짙다고 반박하며 공방전을 펼쳤다. 정부 비판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사이에 둔 공방인 셈이다.
도마에 오른 민상토론 코너는 지난달 14일 방송에서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미흡한 위기관리 능력을 신랄하게 꼬집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출연진들은 "정부 대처가 빨랐더라면 일이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정부의 늦은 대응을 비판하는가 하면, "지자체가 나서 혼란만 키웠다" "서울시장은 잘했다" 라는 등 우회적으로 정부를 비판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급기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는 같은 달 24일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민상토론 코너에 대해 행정지도에 해당하는 '의견제시'를 결정했다.
당시 방송심의소위는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풍자적인 것은 맞지만 해당 코너에서 특정인의 실명이나 사진을 다루는 등 과도한 부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논란이 불거진 6월하순 해당코너가 결방하자 '정치적 외압'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더해졌다. 이에 대해 KBS 측은 "정치 외압이 아닌 완성도 부족으로 녹화를 진행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으로부터의 의심의 눈초리가 사라지지 않았던 것.
◆"풍자에 제재하는 심의가 코미디"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방송통심심의위원회가 민상토론 코너에 대해 행정지도 처분을 한 것 자체가 코미디"라며 "방송의 기본이 다양성인데 특정프로, 특정코너까지 권력이 개입하면 자유로운 상상력이 발현될 수 없다"며 행정지도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문병호 의원도 "프로그램에 불쾌한 감정을 가지는 시청자는 있기 마련인데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제재를 하면 모든 방송이 다 제재를 받아야 한다"며 "방심위가 하는 일이 정치적 외압이나 정권의 압력을 막고 방송이 공정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인데 이런 식으로 정권의 눈치를 보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승희 의원도 "일부 종편들의 막말방송에는 눈을 감고 풍자 프로그램을 징계하는 것은 이중 잣대"라며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시청자가 아니라 청와대인 듯하다. 방심위는 청와대의 눈치를 보지 말고 국민들을 위한 심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지적은 정부의 미흡한 대응을 풍자한 것에 대해 방심위가 심의의 기준에서 벗어나 청와대의 눈치만 보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인식에 따른 지적이다.
◆"편향된 풍자는 제재 대상"
하지만 여당과 심의위 측은 행정지도가 적절했다며 반박했다.
여당에서는 오히려 민상토론 코너가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않았다며 심의위 결정을 지지했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방송 규정 12조를 보면 정치문제를 다룰 때는 특정정당으로 편항돼면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며 "개그프로그램에서 공직자나 권력자를 비판하고 조롱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쪽으로 편향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을 화면에 띄워서 어느 한쪽은 잘했다, 어느 한쪽은 못했다는 암시를 준다면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기 때문에 제재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박 의원은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가장 중요한 가치지만 그에 못지 않게 개인의 프라이버시도 중요한 가치"라며 "표현의 자유와 개인 프라이버시, 두가지 지점을 균형있게 가져갈 수 있도록 방송심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박효종 방심위원장은 "시청자들의 입장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이 코너에 대해서 일부 불편하다고 느끼는 시청자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과 특정인의 인격권에 관한 침해가 우려된다고 소위원회가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심의위는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이번 결정 역시 위원들의 의견을 종합해 다수결로 결정이 난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종편 방송에 대해서도 민원이 들어오면 심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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