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공세 수위를 날로 높이고 있다. 이번엔 삼성물산 이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을 정면으로 문제삼고 나섰다.
합병 가치 산정 등 절차가 공정하게 이뤄졌는지, 관련 실사 자료 등의 전면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내달로 예정된 주총을 앞두고 엘리엇측이 여론전을 강화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합병과 관련, 삼성물산 이사회에 배임 등을 문제삼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양측 대립이 전면전 양상이다.
26일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에 대한 추가 입장 및 정보' 공개를 통해 이번 합병에 대한 삼성물산 이사회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삼성그룹은 기업지배구조 기준을 준수하고 그에 따라 삼성물산 주주들의 가치를 적절히 산정, 기업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며 "이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은 이에 위배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에 제출했던 보고서를 전격 공개했던 엘리엇 측은 이번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결정 되기 석달 전부터 삼성물산 측에 이를 경고했으나 이사회가 제대로 된 논의나 가치평가 없이 합병을 강행했다는 주장이다.
엘리엇 측 주장대로라면 삼성측은 엘리엇의 지분 보유 공시 석달전 부터 이미 엘리엇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엘리엇이 공개한 이번 자료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 2월 4일 삼성물산 주가가 순자산 가치에 비해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삼성물산 이사들과의 회의를 요청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엘리엇은 또 27일과 3월 11일, 이후에도 4월까지 추가로 다섯차례에 걸쳐 삼성물산 주가의 저평가 문제와 상대적으로 고평가 된 제일모직과의 합병 추진 불가 등의 입장을 전달, 문제를 제기했으나 5월 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결정됐다는 주장이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이사회가 독립적인 분석 이나 자문 없이 합병 결정을 서둘렀다"며 "삼성물산의 핵심가치를 성급히 평가 절하했고, 최대가치를 실현하려는 노력도 결여됐다"며 이사회 결정을 문제삼았다.
아울러 "현행법상 (합병비율 산정 등에)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사회는 주주이익에 반할 경우 (합병을)승인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삼성물산 장부가치 7조 8천억원이 제일모직으로 전이되는 이번 합병 결정을 하느니 차라리 아무것도 안하는 게 낫다"고 공격 수위를 높였다.
이는 이번 합병 결정에서 삼성물산 이사회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공식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엘리엇은 이와관련 삼성물산 이사회에 이번 합병결정이 철저한 분석과 평가를 통해 이뤄졌는지를 입증할 실사 자료 등을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이사회가 본건 합병과 관련 실시한 실사 및 기타 실사업무의 모든 문서화된 결과를 공개적으로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측이 공개를 주장한 문서에는 ▲진행중인 사업전망과 이사회가 검토한 대안적 기회에 대한 평가 ▲제일모직에 대한 역 기업실사 ▲딜로이트의 회계 및 세무실사▲김앤장 법률 사무소의 법적 실사▲삼성물산 이사회가 제안한 계약조건 및 합병이 구체화된 협상 과정의 세부사항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엘리엇측은 실사 작업에 참여한 딜로이트나 김앤장 역시 과거 제일모직의 회계감사를 맡았거나, 제일모직 상장의 법률자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삼성물산 이사회의 독립성 논란과 함께 이를 문제 삼았다.
이사회 결정 및 감사 및 자문 등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엘리엇 측이 이번 합병 결정 과정에서 삼성물산 이사회 결정 및 자문기구 등의 독립성을 문제삼고 나선 것은 향후 이에 대한 배임 등을 문제삼을 수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내달로 예정된 주총 표대결을 전후로 배임 논란까지 불거질 경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순탄치는 않을 조짐이다.
박영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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