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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에 지친 소비자의 반격, 오비맥주 입지 흔들


AB인베브 친정체제 구축 후 '영업력·소통' 약화…점유율 50%대로 감소

[장유미기자] 국내 맥주업계 1위인 오비맥주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경쟁사들의 선전으로 올 1분기 매출이 9년만에 첫 감소세를 보인데 이어 지난해 영업이익도 30%나 급감했기 때문이다. 오비맥주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8년만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각 사별 1분기 맥주시장 점유율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업계에서 추정하는 시장점유율은 오비맥주가 57~59%, 하이트진로가 38~39%, 롯데가 3~4% 정도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6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독주체제를 유지하던 오비맥주의 점유율은 1분기 동안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로 옮겨간 것으로 분석된다.

또 AB인베브가 최근 발표한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오비맥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다. 오비맥주가 지난 4월 밝힌 지난해 영업이익 역시 3천284억 원으로 30.5% 감소했으며 당기순이익도 27.4% 줄어든 2천251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연매출은 1조5천300억 원으로 전년보다 3% 가량 증가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지난해 1분기에는 하이트진로가 리뉴얼을 앞두고 마케팅 활동을 축소해 부진했던 반면 우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며 "올해는 롯데주류가 시장에 새롭게 진입한데다 하이트진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매출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은 AB인베브로 인수되면서 직원 격려금 지출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지난해 여러 상황 속에서도 연매출이 증가했기 때문에 내부에선 잘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AB인베브 인수 후 잇따른 악재…'영업력' 약화

오비맥주는 지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7년동안 매출성장률이 평균 14%에 달했다. 특히 지난 2011년 12월에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신제품 개발 등을 통해 하이트진로를 제치고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또 장인수 부회장이 대표를 맡은 2012년부터는 2위와의 격차를 점차 벌여 결국 6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재인수한 후 잇따른 악재들이 계속되면서 상승세를 타던 이곳의 분위기는 점차 가라앉기 시작했다. 롯데주류의 '클라우드' 출시로 새로운 경쟁사가 출현한데다 산화취 논란이 이어지며 '카스'를 선호하는 이들이 예전보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또 올해 초에는 '공짜 물' 논란에도 휘말리며 회사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A대형마트에서의 '카스' 판매량은 전년 대비 25.2% 하락했다. 월별로도 1월 48.9%, 2월 11%, 3월 30.2% 등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B편의점에서도 카스 매출은 1분기 동안 9.1%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주류가 '클라우드'로 시장에 정착하고 있는데다 지난해 3분기부터 하이트진로의 '뉴하이트'가 상승세를 이어오며 '카스'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며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던 장 부회장과 달리 프레데리코 사장이 온 후 영업력도 많이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지방상권에서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아 도매상들의 반응이 예전만 못하다"며 "내부 의사결정이 빠르지 않아 시장 상황에 민첩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수입맥주가 강세를 보이는 것도 '카스'를 주력제품으로 삼고 있는 오비맥주로서는 전략 수정이 시급해 보인다. 수입맥주는 다양성과 낮은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워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가고 있다.

최근 홈플러스가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수입맥주 판매점유율을 집계한 결과 40.2%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1년(18.2%)보다 두 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또 지난해 하반기 이마트에서는 수입맥주 매출(288억 원)이 소주 매출(280억 원)을 처음으로 뛰어넘기도 했다.

오비맥주가 현재 판매하는 수입맥주 브랜드는 버드와이저, 레드락, 코로나, 산토리 더 프리미엄 몰츠, 버드아이스, 벡스, 스텔라 아르투아, 레페, 레벤브로이 등 12개 브랜드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새로운 니즈가 커지면서 수입맥주의 인기가 높아지고 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우려하는 시선들이 있지만 우리는 AB인베브가 가진 200여 개 브랜드들을 통해 언제든지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며 "버드와이저, 호가든, 산토리뿐 아니라 코로나, 스텔라 아르투아 등이 최근 인기를 끌면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오비맥주가 AB인베브의 미국 맥주 '버드라이트'와 브라질 맥주 '브라마', '스콜', 중국 맥주 '하얼빈' 중 1~2개 브랜드와 함께 크래프트 비어(수제맥주)를 수입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프레데리코 사장은 올 초 국내 시장에 맞다고 판단되는 브랜드 수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비맥주는 모회사인 AB인베브를 통해 새로운 수입 브랜드를 활발하게 들여올 수 있는 상품력이 있음에도 시장 상황에 맞는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해 4월 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재인수하면서 수입 브랜드를 늘릴 계획을 밝혔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대로다"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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