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합의한 이후 여권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
청와대를 비롯해 당내 친박계 뿐 아니라 비박계에서 조차 '미완의 개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여야가 합의 과정에서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 인상까지 끼워 넣은 데 대해 청와대 내부에서는 '월권'이라는 비판까지 불거진 상태다.
더욱이 여야 협상 과정에서 청와대가 직·간접적으로 우려를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투톱'인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향후 이 사안을 놓고 당청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민연금은 왜 엮었나" 당내 비판 목소리 확산
서청원 최고위원은 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가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을 50%까지 올리기로 합의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서 최고위원은 "마지막 협상에서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을 50%까지 인상키로 한 부분은 매끄럽지 못했다"며 "언론 보도를 보면 '333조원 혹 떼려다 1천669조원 혹 붙인 연금 개혁', '국민연금으로 불똥 튄 연금 개혁', '배 보다 배꼽이 더 큰 담합'이라고 이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서 최고위원은 여야가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 50% 인상 합의를 지키지 못했을 경우 여론의 거센 비판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시사하며 "지뢰를 밟았다는 생각을 안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 같은 서 최고위원의 발언은 청와대의 '불만'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청와대는 여야가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 50% 인상 합의에 대해 "월권"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초 재정 절감을 목표로 추진한 공무원연금 개혁인데, 아낀 재정의 20%를 국민연금에 투입해야 할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당 공무원연금 개혁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아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설계한 이한구 의원도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을 높이겠다고 대책 없이 약속을 해 놓으면 공적연금을 개혁하겠다는 당초 계획과 반대의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미 국민연금은 잠재 부채가 500조원에 가깝다. 이걸 더 주겠다고 하면 그게 더 늘어나지 않겠느냐"면서 "이렇게 중요한 일을 충분한 검토나 사전 협의 없이, 권한도 없는 사람들이 결정했다. 왜 이렇게 말도 안되게 자꾸 연결시키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황영철 의원은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공무원연금 개혁과 국민연금의 관련성을 이번 개혁안에서 언급하는 것이 과연 적정했던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국회 내에서도 상당한 논란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와대와 '소통' 없었다…골 깊어진 당청
이번 합의를 기점으로 여권 내부의 '소통' 문제도 불거졌다. 협상 과정에서 당내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최고위원회의나 청와대와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주 목요일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 최종적으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논의하자고 했는데 언론을 보고 (여야 합의 사실을) 알았다"며 아쉬움을 표한 것이 이 같은 분위기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당청관계 측면에서는 청와대가 여당에 끌려가는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역전된 당청관계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실제 지난 2일 여야 협상 과정에서 조윤선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이 김 대표 측에 우려를 전달했지만 합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여야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합의 추진하게 된 데 대해 높게 평가하고 있지만, 이번 일로 당청관계의 골은 깊어질 전망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합의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내놓을 경우 당청 갈등이 표면화할 것으로 보인다.
윤미숙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조성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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