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워치, 구글 글래스, 삼성전자 기어 핏, 샤오미 미밴드….
요즘 핫한 디바이스들이다. 이들을 '웨어러블 기기'라고 부른다. 다소 거창하지만 그냥 안경·시계·밴드를 전자기기로 만든 것이다. 몸에 부착시켜 착용할 수 있다는 뜻에서 '입는'이라는 의미를 지닌 '웨어러블(wearable)'을 붙였다.
벌써 수 년 전부터 과학기술계에 회자됐던 웨어러블 기기는 애플, 삼성 등 굴지의 IT 대기업들이 최근 손목에 부착하는 시계 형태로 제품을 내놓으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인터넷에선 이미 '얼리어답터'들의 제품 소개글이 터진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배터리다. 지금도 스마트폰 배터리의 수명 문제는 난제다. 항시 몸에 착용해야 하는 웨어러블 기기는 두말할 것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연구진이 체온을 이용해 전기를 충전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 영예의 그랑프리 대상을 받아 주목받고 있다.
◆상상이 현실로…, 체온 차이로 전기 생산
주인공은 바로 카이스트 조병진 교수팀이다. 유네스코는 디지털 기술의 사회적·문화적 영향을 예측하는 기관인 '넷엑스플로(Netexplo)'와 공동으로 2008년부터 매년 전 세계 200여 명의 전문가·기업인 패널 투표를 통해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을 선정, 네티즌 투표 등을 통해 10대 기술 중 1위에 그랑프리상을 수여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에너지 환경 분야 국제학술지인 '에너지 및 환경과학(Energy & Exvironmental Science)'온라인판에 속보로 실린 조 교수 연구팀의 기술은 사람의 체온에 의해 생긴 온도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열전소자를 유리섬유 위에 부착해 착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었다. 가로, 세로 각 10cm의 밴드로 만들어 팔에 부착하면 외부 기온이 영상 20도일 때, 약 40mW(밀리와트, 1000분의 1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윗옷 크기 정도로 만들면 약 2W의 전력 생산이 가능해 휴대전화 충전도 할 수 있다.
전기소자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은 기존에도 있었다. 누르는 힘(압력)을 이용한 압전소자 기술, 마찰전기 효과를 이용한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마찰전기 효과는 올해 초 싱가포르국립대 연구진이 발표하기도 했다. 이 기술은 50nm(나노미터) 두께의 금 박막 위에 실리콘 고무로 된 층을 씌웠는데 이 실리콘 표면에 수천 개의 작은 돌기를 만들었다. 말하거나 팔을 구부리는 행동을 할 때 이 돌기와 마찰을 일으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압전 기술에 비해 조 교수의 열전 소자 기술과 싱가포르국립대 연구진의 마찰전기 기술은 웨어러블 기기에 더 적합하다. 그러나 조 교수의 기술은 입고만 있어도 전기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빨리 상용화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조 교수는 지난해 9월 ‘태그웨이’라는 벤처를 창업, 다양한 기업들과 상용화를 모색하고 있다.
◆'사물이 서로 대화하는 기술'이 세상을 바꾼다?
조 교수의 대상 수상이 스마트(웨어러블) 기기의 짧은 배터리 수명 문제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줬다면 나머지 기술은 사물과 사물이 통신하는 다양한 '사물 인터넷'기술이 대거 선정됐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의 '바이두'라는 인터넷 기업이 개발한 센서가 달린 젓가락, 이스라엘 스키오(SCIO)사(社)가 개발한 라이터 크기의 분자 스캐너다. 센서가 달린 젓가락은 여러 음식 성분을 분석해 스마트폰으로 그 정보를 전송해 준다. 음식의 온도, 부패 여부, 산성도 등을 측정한다. 스키오사의 분자 스캐너도 스마트폰과 연동된다. 분석기를 어떤 물질에 가져다 대면 인터넷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된 정보와 대조해 화학적 구성이나 칼로리, 음식의 변질 여부, 의약품의 진품 여부 등을 가려낸다. 그만큼 먹을거리의 안전과 건강 등에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레인포레스트커넥션 재단이 만든 불법 벌목 감시 기술도 빼놓을 수 없다. 음향 감지 기술을 통해 5분 안에 반경 1km 내 불법 벌목을 알 수 있는데, 나무를 벨 때 나는 소리를 수집, 숲 관리자들의 디바이스로 자동으로 알려주는 사물인터넷 기술이다.
◆공공의 목적, 학습·교육 웹, 앱 서비스도 선정
이밖에 새로운 개념과 공공의 목적을 위한 스마트폰 앱 기술도 선정됐다. 칠레의 카포스스파사(社)의 스마트폰 앱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자전거 친화 도시를 만들기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모으는 기술이다.
특히 전 세계적인 위협이 되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정보를 알 수 있는 앱 기술도 이번에 선정됐다. 나이지리아 보건부가 개발한 이 앱은 에볼라의 발병 시간과 위치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며 보건부 직원들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구글이 검색엔진을 통해 집계된 데이터로 전염병 관리예방 시스템으로 만들었던 이른바 ‘구글 플루’와 유사한 기술이다.
미국의 브랜칭마인즈 재단이 만든 인터넷 기술도 있다. 학생 개인의 학습 내역을 기록하고 목표 달성을 돕는 서비스로 개인 학습의 어려움을 교사와 부모가 매우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크로아티아의 마이크로블링크 사(社)가 개발한 스마트폰 카메라로 방정식을 찍으면 푸는 과정과 해답을 보여주는 앱도 선정됐다.
이밖에 미국 슬랙 사(社)의 이메일이나 SNS 등을 한데 모아서 보여주는 서비스, 토고 위우랩 사(社)의 재활용 부품으로 만든 3D프린터 등도 이번 유네스코 선정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에 선정돼 관심을 끌었다. 과연 이 기술들이 우리를 어떤 세상으로 안내할지, 미래의 모습이 사뭇 궁금해진다.
글 : 김민수 과학칼럼니스트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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