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 안광석기자] SK(주)와 SK C&C가 20일 합병을 결정하면서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사진)의 그룹 지배력 강화는 물론 경영위기 극복까지 두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얻을 전망이다.
SK그룹은 이날 SK C&C가 신주를 발행해 SK(주)의 주식과 교환, 흡수 합병을 결의했다.
SK C&C와 SK가 각각 1대 0.74 비율로 합병하는 방식으로, 존속법인은 SK C&C이나 합병법인명은 SK주식회사로 바뀐다.
이에 따라 오는 6월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통합법인 SK(주)가 출범하면 최 회장의 이 회사 지분 비율은 23.2%가 된다. 기존 최 회장이 보유하던 SK C&C 지분 비율은 32.92%였다. 최 회장의 통합법인 지분 비율은 다소 낮아지는 셈이다.
다만 최 회장의 동생인(특수관계인)인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의 지분 비율(7.4%)을 합하면 최 회장 일가의 통합법인 지분 비율은 30%가 넘기 때문에 경영권 유지에는 문제가 없다.
오히려 기존 '최 회장->SK C&C->SK->사업자회사'로 연결되는 복잡한 지배구조가 '최 회장->합병법인->사업자회사'로 간결해진 만큼 최 회장의 지배력은 보다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
SK그룹은 "날로 격화되는 경영환경 악화 속에서 그간 지적 받아 왔던 옥상옥 지배구조 이슈 해결을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며 "이에 가장 친 시장적인 방법으로 제시된 SK와 SK C&C의 합병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SK그룹은 지난 2007년 지주회사로 전환했으나 기존 최 회장이 최대주주인 SK C&C가 SK(주) 를 통해 그룹 전체를 간접지배하는 형태의 구조로 지배구조 혁신 요구를 끊임 없이 받아 왔다.
그러나 이번 합병으로 최 회장은 사업지주회사가 되는 합병법인의 최대주주로서 그룹 계열사를 지배하게 됨에 따라, 이같은 지배구조 불확실성 해소는 물론 그룹 장악력 강화 등을 꾀할 수 있게 됐다.
◆SK-SK C&C 합병, 사업지주사 전환
뿐만 아니라 기업 경쟁력도 강화돼 주주가치 제고가 기대된다.
통합법인은 SK C&C가 가진 ICT 역량 기반의 사업기회와 SK가 보유한 자원이 결합돼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다양한 신규 유망사업 등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통합법인은 SI사업의 물적분할 없이 사업지주회사로 운영돼 합병전 SK C&C와 SK(주)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꾀하게 된다. 대신 지주사 전환에 따라 SK C&C가 보유중인 SK증권 지분 10%는 매각 대상이 된다.
이에 대해 SK측은 "2년내 해소해야 하는 만큼 관련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 회장 등 합병법인의 오너 지분율이 30%를 웃돌아 현행법상 총수 및 친족 지분이 30%이상(비상장사 20%)을 보유하고, 계열사 중 내부거래 매출액 비중이 12% 이상이거나 200억원 이상인 기업의 경우 적용되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그러나 SK C&C는 앞서 법원 판결을 통해 그룹 계열간 거래가 합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받았던 만큼 이에 따른 별도 규제는 받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다만 현행 총수일가 지분율이 3%를 넘을 경우 증여세가 부과되는 만큼 이에 따른 증여세 부과는 합병법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에 따라 합병에 따른 추가 규제 등 없이 합병 회사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최태원 회장의 경영 공백이 장기화에 대응, 오너 지배력 강화를 통한 위기 돌파에도 힘을 얻을 것이라는 게 재계 관측이다.
SK그룹 측은 "지난 2014년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는 SK그룹의 매출과 수익이 역성장한 초유의 상황에서 더 이상은 물러날 곳이 없다는 판단 아래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두 회사의 합병이라는 초강수 혁신안을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영환경 추가 악화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재의 지배구조로는 위기 극복 및 미래 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있는 만큼 지금이 가장 적기라고 판단했다"며 "위기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심플하고 효율적인 지배구조 혁신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박영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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