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납품업자를 대상으로 이른바 '갑질'을 벌인 TV홈쇼핑 6개 업체에 처음으로 대규모유통업법을 적용, 철퇴를 가했다.
공정위는 검찰에 고발하는 대신 이번 결과를 다음달 실시 예정인 미래부의 홈쇼핑 사업 재승인 심사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어서 주목된다.
29일 공정위는 TV홈쇼핑 6개 업체 불공정행위에 대해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을 적용, 시정명령과 과징금 143억6천8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적발된 홈쇼핑 업체들은 다음달 미래부의 사업권 재승인을 앞둔 롯데와 현대, NS를 비롯해 CJ, GS, 홈앤쇼핑 등 모든 홈쇼핑 업체들이다. 이들은 납품업체에게 서면미교부, 구두발주, 부당한 경영정보 요구, 판촉비 부당전가, 부당한 정액제 강요 등의 불공정행위로 공정위의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관련 매출액의 2%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공정거래법이 아닌 지난 2012년 1월 시행된 대규모유통업법을 첫 적용, 납품 대금 등을 근거로 과징금을 산정했다. 법 위반 기간이 1년 이상인 경우 10~50%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6개 업체 중 가장 많은 과징금을 받은 곳은 CJ오쇼핑으로, 시정 및 통지명령과 함께 총 46억2천600만 원이 부과됐다. 방송계약서를 납품업체에게 주지 않은 것을 비롯해 판촉비를 부당 전가하고, 판매수수료율이 높은 모바일 주문으로 유도해 납품업체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이유다.
또 법 위반행위 항목이 가장 많은 롯데홈쇼핑은 구두 발주와 상품판매대금 지연지급, 부당한 경영정보 요구 등 6개 위반행위에 대해 총 37억4천200만원의 과징금을 맞았다. 이어 GS홈쇼핑은 총 29억9천만원, 현대홈쇼핑은 16억8천400만원, 홈앤쇼핑은 9억3천600만원, NS홈쇼핑은 3억9천만원 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의 법 위반행위는 ▲방송계약서 미교부 또는 지연교부 ▲판매촉진비용 부당 전가 ▲부당한 경영정보 요구 ▲수수료 수취방법 변경 등 불이익 제공 ▲모바일 주문 유도를 통한 수수료 불이익 제공 ▲부당한 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 ▲상품판매대금 등의 미지급 또는 지연지급 등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홈쇼핑은 공공재인 방송을 매개로 거래가 이뤄지므로 보다 엄격한 공정성이 요구됨에도 납품업자에 대한 횡포가 이어져 왔다"며 "이번 제재로 TV홈쇼핑 업체와 납품업체 간의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판매주체인 TV홈쇼핑 업체가 상품 판매 전과정에 관여하면서도 판매부진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정액수수료를 수취하는 관행과 판매촉진 비용을 납품업체에게 전가해왔다"며 "이번 제재를 통해 홈쇼핑 시장에서의 공정한 거래 환경을 조성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상 '부당한 경영정보 요구행위'로 이들 6개업체들을 검찰 고발할 수 있으나 이번엔 하지 않았다. 납품업자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증거가 없고, 납품업체에게 경영정보를 요구할 때 강제성이 컸다기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 관계자는 "앞서 지난해 3월 롯데백화점, 올해 현대백화점도 각각 경쟁사의 매출과 마진율 정보를 요구한 사례가 있었으나 고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번 조치의 성과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연내 '홈쇼핑 분야의 불공정행위 심사지침(가칭)'을 제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지난달 출범한 홈쇼핑 정상화 추진 정부합동 특별 전담팀을 본격 가동, 불공정행위 감시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더욱이 공정위는 이번 제재 결과를 내달로 예정된 미래부의 홈쇼핑 재승인 심사에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번 결과가 재승인 여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장유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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