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수출 주도의 고속 성장이 어려워지면서 우리 정부와 기업들에게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새로운 동력 마련이 지상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중국 등 저가 공세 속 수출 강국의 입지를 다지고 창조형 지식경제산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 모두에게 '혁신'에 대한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아이뉴스24는 우리 경제의 제 2 도약을 위해 무엇보다 기업들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뒷받침할 민관 합동 창조혁신센터 구축 현장과 기업들의 오픈이노베이션, M&A, 사내 공모 등 다양한 혁신의 모습을 찾아 나서고자 한다.[편집자주]
[강호성, 정미하기자] 지난 2월11일 애플은 시가총액 7천억 달러를 넘어서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으로 올라섰다. 우리 돈으로 780조 원이 넘는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웬만한 국가의 GDP를 넘어선다. 지구촌에서 GDP가 애플의 시가총액을 능가하는 나라의 수도 20여 개에 불과하다.
애플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천780억 달러로 우리돈 194조2천억 원 규모다. 포드와 GM, 테슬라와 같은 자동차 회사를 사들이고도 돈이 남아돈다.
'아이폰'과 콘텐츠 생태계로 전세계를 열광케 한 애플은 창의적 기업의 대명사로도 꼽힌다. 결국 창의와 혁신이 상상을 초월하는 기업의 부가가치를 만든 셈이다.
세계 최고를 향해 2015년 대한민국이 설정한 생존 키워드는 창의와 혁신이다. 철강 조선 자동차 등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전통산업의 어깨 역시 무거워지고 있다. 동시에 창의적 스타트업에 거는 기대감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질좋은 일자리와 안정적 성장이라는 두마리 토끼잡이가 절실한 우리는 그 열쇠를 혁신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 초일류 기업들, 혁신으로 미래를 차지하다
지난 1976년 설립된 애플의 실체는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연 회사다. 이 회사의 매킨토시(Macintosh)는 그래픽 사용자들로부터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까지 애플의 시장 점유율은 그리 높지 않았다.
애플의 성공 이면에는 천재성으로 빛나는 스티브 잡스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가 돌아온 뒤 애플은 승승장구했고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만큼의 성공가도를 달렸다.
지난 2001년에 선보인 아이팟은 음악산업의 생태계를 뒤집어 엎었고 2007년에 내놓은 아이폰은 스마트폰 혁명을 가져왔다. 둘의 성공을 발판 삼아 애플은 최고 혁신기업의 자리에 올랐다.
세계 최대의 검색서비스 기업 구글은 인터넷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검색에서 시작한 이 회사는 인터넷 광고 소프트웨어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보인다. 전세계 온라인 광고 시장의 40%는 구글의 차지다.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닷컴은 간편결제 알리페이로 무장하며 마윈 회장을 세계적 인물로 끌어올렸다. 무일푼이던 마윈 회장은 설립 15년 만에 알리바바 그룹을 170조 원 이상의 가치를 보유한 거대 기업으로 키워냈다. 알리바바를 통한 거래는 중국 GDP의 2%에 달하고 중국내 온라인 거래의 80%가 알리바바 계열사들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 국내 소포의 70%도 알리바바 관련 회사들을 통해 이뤄진다.
실리콘밸리에는 제 2의 애플, 제 2의 구글을 꿈꾸는 기업들이 넘쳐난다. 국내에서는 논란이 됐지만 ICT를 활용해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추구하는 차량 공유서비스 우버, 빅데이터 업체 팰런티어테크놀러지, 모바일 메신저업체인 스냅챗, 소셜미디어 핀터레스트, 에어비앤비와 드롭박스 등 천정부지의 몸값으로 커가는 '스타 스타트업'이 줄을 잇고 있다.
ICT 전문가들은 "인터넷의 확산에 따라 기업들은 이미 국경이 없는 경쟁자들과 상대해 겨룬다"면서 "스타트업에게 인터넷 시대는 서부개척 시대의 노다지와 같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냉정한 경쟁 시장 '변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ICT로 무장한 신생 기업들의 폭발적 성장은 더 이상 전통산업만으로는 성장하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집계해 발표한 2013년 기업경영분석 자료에 따르면 1천여 조사대상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4.6%(1천원어치 팔아 46원 벌었다는 의미)에 그친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빼면 영업이익률은 2012년 3.8%에서 2013년 3.4%로 꺽인다. 조선(4.1%→-0.1%), 건설업(0.8%→-1.2%)의 초라한 성적표는 전기전자 부문(7.7→8.9%)과 큰 대조를 이룬다. 정부의 2014년 수출집계에서 ICT 부문이 1천739억달러수출을 기록해 전체 산업 수출(5천731억달러)의 30.3%를 차지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국내 ICT 기업의 한 관계자는 "확산 일로에 있는 사물인터넷(IoT) 분야는 기존 자동차, 조선, 기계 등의 산업과 융합하면서 전통산업의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며 "전통산업뿐 아니라 ICT 산업에서도 혁신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한때 휴대폰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던 노키아의 추락은 ICT 기업이라고 해도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핀란드의 대표 브랜드였던 노키아는 결국 2013년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에 휴대폰 사업을 매각하며 경쟁대열에서 떨어져나갔다.
이처럼 급변하는 ICT 업계의 흐름에 맞춰 기업들 역시 익숙함에서 벗어나 기존 틀을 깨야 생존할 수 있다는 인식에 동참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 2011년 10월 SK텔레콤에서 모바일 콘텐츠 부문을 떼어내 'SK플래닛'으로 분사했다.
당시 분사작업을 담당했던 관계자는 "SK텔레콤 직원들이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라는 고정관념에 도취해 도전정신이 사라지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사업화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됐다"면서 "당장은 시리지만 알을 깨고 도약하기 위한 도전의 일환으로 분사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 다시 뛰려면 '혁신 바이러스' 확산시켜야
IMF가 집계한 지난 2013년 우리나라의 일인당 GDP는 2만4천 달러가 넘는다. 업계 전문가들은 더이상 우리 경제의 성장 방안을 기존 '주입식'에서 찾아선 곤란하다고 입을 모은다. 개발도상국을 벗어난 지금까지는 주입식이 통할지 모르나 최고 수준에 도약하기 위해서는 잠재력이 폭발하는 창의적 방식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올해 상반기 중 설치 계획인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이같은 맥락과 궤를 같이한다. 서울(CJ), 대구(삼성), 대전(SK), 부산(롯데) 등 주요 거점도시에 설치하는 혁신센터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스타트업의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구성된다.
정부는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연계를 통해 스타트업에 비즈니스의 기회를 확대하고 대기업에는 벤처의 혁신을 수혈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1월 청와대에서 개최된 핀테크 토론회에서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은 "정부와 관련기업, 학교 등의 생태계가 잘 만들어져야 스타트업의 성장도 뒤따른다"고 말하며 생태계 조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최근 카이스트(KAIST) 조병진 교수팀이 개발한 '웨어러블 체온 전력생산 기술'은 유네스코 '넷엑스플로 어워드' 시상식에서 그랑프리(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체온에 의해 생긴 옷감 내·외의 온도차를 이용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이 기술은 한국인이 개발한 기술로는 처음으로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로 선정됐다. 웨어러블 체온 전력생산 기술은 앞으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상용화의 수순을 밟게 된다.
이 기술의 상용화를 추진중인 테그웨이의 이경수 대표는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연계해 빠르면 1년 내 상용화하고 5년 안에 1천억 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며 부풀어 있다. 창의 혁신이 세계에서는 변화의 동력으로, 한 기업에게는 미래가 된 셈이다.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동력과 미래 역시 창의와 혁신에 있다. 시장은 '창의적이지 않은 기업이 더이상 생존할 수 없는'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로 진입했다.
다시 뛰는 대한민국에게 혁신은 가장 중요한 수혈 과제이며 혁신의 전파는 가능성과 미래에 도전하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강호성기자 [email protected] 정미하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