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운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7일 취임 후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금융개혁 방향 및 추진 전략을 설명했다.
임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체제에서 계획된 금융규제 개혁 등을 원활하게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신 전 위원장의 어젠다 설정과 추진방향은 매우 훌륭하다고 본다"며 "이를 이어받아 더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업무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연초에 신 전 위원장과 만난 적이 있는데 모험자본 활성화나 자본시장 발전 방향에 대한 높은 관심 등 기본 시각이 일치했다"며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기존 금융위에서 하던 일을 다듬고 나아가게 하는 것이 내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인사청문회에서도 이슈가 된 가계부채 문제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증가속도는 빠르지만 시스템 리스크로 작용할 정도는 아니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그는 "청문회가 끝나고 바로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를 찾아가 부처 합동 '가계부채 관리 협의회'를 구성해달라는 것을 건의했고, 모두 흔쾌히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다만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당장 수정하거나 손댈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LTV, DTI 규제 완화는 부동산 거래를 정상화시켜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덜어주려는 목적에서 나온 것인데 지난해 100만호 이상 주택거래가 이뤄지는 등 효과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며 "부동산시장 효과를 좀더 지켜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매각과 관련해서는 매각 기한을 정해놓고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의견이다.
그는 "그 동안 네 번의 시도가 있었는데 그 경험을 갖고 앞으로 어떻게 매각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론화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우리은행 가치가 높아져야 한다는 것인데 우리은행 주가가 높아질수록 매각 가치도 높아지는 것이라고 본다"고 풀이했다.
금융감독원과의 공조도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금융위와 금감원이 두 목소리를 내지 않고 한몸처럼 일하면서 금융회사들이 중복 규제에 따른 부담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첫 방문 기관으로 금감원을 정했는데 금감원장에게 협조를 구하고 금융개혁이라는 한 배를 함께 타주기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임 위원장은 금융개혁의 3대 전략으로 ▲자율책임문화 조성 ▲실물지원 역량 강화 ▲금융산업경쟁 제고를 제시했다.
그는 한국 금융시장에 대해 "양적·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성과는 낮고 국제 경쟁력은 높지 않다"며 "인력·시스템 등 역량, 수익구조 등에서 글로벌 선진 금융회사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해외진출도 미미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불합리한 규제 및 감독관행, 금융권의 보수적 행태 등으로 금융의 역할이 미흡했으며, 금융혁신 등이 추진되고 있지만 현장에서 오랜 기간 누적된 금융당국과 금융회사의 실제 인식 변화는 미진하다는 지적이다.
임 위원장은 "지금이 한국 금융이 직면한 위기와 문제점을 극복하고 미래 성장을 위해 금융개혁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할 적기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코치가 아닌 '심판'이 되겠다"
먼저 감독당국 역할을 '코치'에서 '심판'으로 재정립하겠다는 계획이다.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해 감독·검사·제재 전체 과정을 혁신하겠다고 전했다.
금융업계의 보수적인 관행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금융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제재와 면책 시스템을 개선하고, 성과 보상체게도 구축할 계획이다.
개인제재를 기관·금전제재 중심으로 전환하는 한편, 제재받은 기관에 대해서 과도하게 신규업무를 금지하는 것은 개선한다.
금융회사들의 수수료·금리·배당 등의 자율성 원칙도 보장하기로 했다.
임 위원장은 "금융회사 수수료는 수익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이므로 기본적인 자율성을 보장할 것"이라면서 "다만 금융회사의 이익에 따라 결정해서는 안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결정 과정을 거쳐야 하고 소비자가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부통제 및 금융사고·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의 '금융소비자 보호' 역량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 밖에 금융위와 금감원의 합동 점검반을 4개팀 정도로 구성해 금융현장을 순회하면서 각종 애로사항과 규제 등을 해결할 뜻을 전했다.
◆기술금융·자본시장 발전시킬 것
기술금융과 자본시장 기능 강화 등 모험자본의 활성화도 중요 과제로 꼽았다.
은행 스스로 역량을 키워 기술금융이 정착되도록 하고, 투자방식의 기술금융 공급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올초 기술금융은 20조원 이상 공급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먼저 기술금융 실태조사를 통해 신규·벤처·창업기업 등 실제 자금수요에 맞게 지원되도록 질적 보완하고, 위험부담이 큰 창업·기술기업 등에 정책금융 지원이 확대될 수 있도록 신·기보 등 정책금융기관 역할을 강화한다.
임 위원장은 "지난해 8조원 가량 기술금융이 지원됐는데 과연 기업들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었고, 실제 창의적인 기업 발전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등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들이 외부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기술평가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기술금융을 내부 시스템에 안착시키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주식 등 자본시장의 발달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임 위원장은 "내 경력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 증권 등 자본시장"이라며 자본시장에 대한 큰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시장이 각각 특성에 맞게 경쟁하면서 발전해 갈 수 있도록 거래소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의 조직개편에 대해서는 거래소와 시장 참여자들을 포함해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임 위원장은 "코스닥을 분리하는 등의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각각 시장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충돌이 일어나지 않으면서 경쟁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사모펀드의 설립·운용·판매 규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모험투자에 대한 제약요인 완화 및 인센티브를 강화한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아울러 갈수록 확대되는 연기금 운영에 국내 금융회사의 참여를 확대시켜 상호발전할 수 있는 선순환구조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은행·빅데이터 등 핀테크 활성화
IT·금융 융합에 대응한 핀테크 활성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핀테크사·금융사·정부가 '민관 합동 핀테크 지원 협의체'를 구성하고 각종 낡은 규제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임 위원장은 "올 6월 말까지 금산분리 원칙 하에 제한적 보완 및 비대면 실명확인 허용 등의 도입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보안이며 보안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핀테크 산업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올 4월 중에 금융보안원을 설립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의 빅데이터 관련 영업의 가능범위 및 방식 등을 명확히 정리하는 등 빅데이터 활용 기반 조성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 밖에 복합점포 활성화 등 칸막이 규제 완화, 신상품 개발 지원을 위한 금융세제 개선, 해외진출 및 외환운용 관련 규제 개선 등에도 나서겠다고 전했다.
◆"매주 직접 현장 방문해 목소리 듣겠다"
이 같은 금융개혁을 위해 기획재정부·미래창조과학부·산업은행·중소기업청 등 관계부처 1급 및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참여하는 '금융개혁추진단'이 마련된다.
임 위원장은 "제가 직접 담당이 돼서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심의는 경제, 산업, IT, 금융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 고위 심의기구인 '금융개혁회의'에서 맡는다. 현재 '금융혁신위원회'를 확대 개편하는 것이다.
이 밖에 학계·연구원 및 금융회사 전문인력 약 20~30인으로 구성된 '금융개혁 자문단'이 연구자문을 맡으며, 금융위와 금감원 합동으로 '금융개혁 현장점검반'을 구성해 금융현장의 애로사항을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임 위원장 역시 구체적인 현장 점검을 위해 매주 1~2회 금융현장을 방문하고, 매주 금요일마다 조찬을 갖고 다양한 금융현안에 대해 현장 실무자, 전문가 등의 의견 청취할 계획이다.
그는 "현장 중심으로 신속히 문제를 해결해 세부방안이 확정될 때마다 즉시 발표 후 추진하며, 시행령 규정은 최대 3개월 내 개정완료하고, 관행개선은 즉시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다운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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