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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IoT 시대, 글로벌 경쟁 승부의 갈림길


소모적 점유율 경쟁 버리고 전방위 협력 필요

[허준기자] "더 큰 시장이 열려 있습니다. 글로벌 통신사업자간의 협력이 중요한 때입니다."

황창규 KT 회장은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황 회장은 "5G와 사물인터넷 시대는 한 기업이나 국가가 열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전세계 글로벌 통신사업자들이 협력해 글로벌 표준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MWC 2015' 참관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얘기다. 이번 전시회에서 사물인터넷을 차세대 먹거리를 지목한 기업은 비단 통신사만이 아니다. 글로벌 IT기업들은 MWC에 대형 부스를 내고 사물인터넷 관련 상품을 앞다퉈 공개했다.

특히 메인홀이라고 할 수 있는 MWC 2015 전시장 3홀은 노키아, 시스코, 퀄컴, 화웨이 등 글로벌 IT기업들의 대형 부스가 장악했다. 그리고 이들 부스 대부분은 사물인터넷 상품으로 도배됐다.

통신사들이 국내 시장에서 가입자 확보전을 벌이며 생산성과 무관한 보조금으로 수조원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고 있을때 글로벌 기업들은 사물인터넷 시장으로 달려가고 있었던 셈이다.

스마트폰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들의 틈바구니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긴 했지만,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들은 행사장 '변두리'에 만족해야 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취재과정에서 바르셀로나 현장을 방문한 통신사 CEO들의 눈에서 위기감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다. 황창규 KT 회장은 "(네트워크를 활용, 시너지를 내기 위해) 정말 통신사들 정신차려야 한다"고 강조했고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MWC2015를 한마디로 요약하면)사물인터넷 쓰나미"라고 정리했다.

결국은 네트워크를 활용한 '내용물(contents)'의 싸움이다. 아무리 우수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이용자들이 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상품이 있어야 한다. 자동차 회사와 가전회사, 심지어 금융회사까지 전 산업군에 걸쳐 다양한 협업모델을 만들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글로벌 사물인터넷 시장을 리드하기 위해서는 통신사들이 손잡고 사물인터넷 표준을 만들고 이를 글로벌 표준으로 인정받도록 하는 협력도 중요하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전세계 220여개 기업들이 동참하고 있는 사물인터넷 표준화 단체인 oneM2M에 참여, 사물인터넷 표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oneM2M 외에도 퀄컴을 중심으로 한 '올신얼라이언스'와 삼성전자와 인텔이 주도하는 'OIC' 등도 이미 글로벌 표준을 위한 협력을 시작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통신사 관계자는 "결국 사물인터넷 시장의 성패는 표준 플랫폼과 콘텐츠에서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누가 얼마나 쉽게 사물인터넷 상품을 개발하고 이용할 수 있는 표준 플랫폼을 제공할 것인가, 누가 얼마나 편리하고 유용한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공급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은 '앞서가느냐, 밀려나느냐' 하는 두가지 선택만 있을 뿐이다. 우리 통신기업들은 지금 갈림길의 어디쯤에 있는 것일까.

IoT가 만들어낼 미래를 대비하며 머리를 맞대고 있는 글로벌 경쟁의 현장에서, 가입자 1%를 뺏기 위한 소모적 보조금 경쟁의 모습이 머릿 속에서 묘하게 교차됐다.

허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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