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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히 먹은' 김영란법, 결국 체했다


위헌·과잉입법 알고도 밀어붙여, 여야 막론하고 "보완해야"

[윤미숙기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지 하루 만에 여야를 막론하고 개정 목소리가 불거졌다. 위헌, 과잉입법 지적에도 불구하고 여론에 떠밀려 처리했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4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법 시행을 1년 반 앞두고 이 법의 근본적인 목적이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야 한다"며 "입법의 미비점과 부작용에 대해서는 겸허한 자세로 모든 목소리를 듣고 보완이 필요하다면 하겠다"고 김영란법 수정 추진을 시사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은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양당 지도부가 2월 임시국회에서 꼭 처리하겠다고 시한을 정해놓고 밀어붙이듯 심사하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통과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국회가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보여줘선 안 되는 여러 허술함을 드러냈다"면서 과잉금지 원칙 위배, 형평성 문제 등을 들어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김영란법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도 CBS 라디오에서 "위헌성, 결함, 애매모호한 규정이 많기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며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가 김영란법 수정 논의에 착수하면 법 적용 대상을 둘러싼 위헌, 과잉입법 논란이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먼저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기관 종사자가 포함된 데 대한 과도한 민간 규제 논란을 해결해야 한다. 변호사 등이 공공기능을 하는 민간 기관, 국고보조금 지원을 받는 시민단체가 빠진 데 대한 형평성 문제도 논란거리다.

공직자가 배우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도록 한 조항은 가족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해 온 기존 법률 체계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있다.

이밖에 부정청탁 조항이 애매모호하다는 점,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과 시민단체가 공익 목적으로 공직자에 의견을 전달하는 행위를 예외로 인정한 점 등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김영란법이 접대나 선물제공 등을 과도하게 규제해 서민경제 침체가 우려된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새누리당 내에서 공직자윤리강령 개정 필요성이 거론됐다.

김무성 대표는 최고중진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공직자윤리강령에는 3만원(식사), 5만원(경조사비), 10만원(조화·화환) 등으로 규정돼 있는데 실제 현실과 다르다"며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김영란법) 8조 3항의 예외로 인정되는 대통령령의 가액(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은 서민경제와 관련이 큰 만큼 행정부와 면밀히 상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미숙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조성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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