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게임업계가 지금 가장 먼저 품어야 할 대상은 다름 아닌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 층이예요. 우리가 가장 가깝게 다가야할 대상 또한 바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입니다."
평소 직설적인 화법으로 속 시원한 말 잘 하기로 유명한 남궁훈 게임인재단 이사장이 또 한번 입을 열었다.
30일 성남시 판교 게임인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게이머들의 온전한 지지를 이끌어내야만 우리 사회로부터 게임이 이유모를 공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공부를 안해도 게임탓, 군인이 부모를 살해에도 게임탓이라는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기 위해선 게이머들을 품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게 그의 견해다.
그의 말처럼 게임사들은 게이머들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 게임사란 '호구들의 주머니를 빼먹기 위해 혈안이 된 존재'라고 인식하는 이들도 주변에서 심심찮게 보일 정도다. 온라인 게임에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엠(Game Master, GM)은 아예 '영자'로 불릴 만큼 존중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과거 미국서 일할 때는 지엠 팬클럽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지엠들은 자신의 사진을 공개할 정도죠. 반면 한국의 지엠들은 아무도 자신의 사진을 공개하기를 원하지 않아 합니다. 이땅에서는 회사가 친 사고를 뒷수습하는게 지엠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으니까요. 게임사와 이용자간 괴리감이 상당하다는 겁니다."
이같은 풍토를 개선해야 한다는게 남궁 이사장의 견해다. 당장 우리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층을 설득하지 못하면 그보다 더 단단한 '껍질'로 둘러싸인 학부모층을 끌어들일 수 없다는 논리다. 이는 남궁 이사장과 게임인재단이 '겜밍아웃' 이벤트를 시작한 다양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난 1월부터 진행 중인 겜밍아웃 이벤트는 게임이 가지는 가치를 세상에 알리고 자신이 게임을 즐긴다는 사실을 주변에 공유하는 취지로 마련된 캠페인이다. 인기 BJ인 '양띵'과 방송인 온상민이 참여한 영상을 공유하고 댓글을 남기면 참여할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을 비롯해 가수 김창렬, 배우 김수로 등 각계 인사도 이 캠페인에 동참했다.
"게임사와 게이머들은 한 편이에요. 이용자들 또한 게임을 사랑하는 게임인이잖아요. 처음에는 힘들고 힘들겠지만 그들을 우리의 논리에 끌어들이지 못하면 안됩니다. 이같은 상황이 조금이나마 개선되길 원하는 마음에서 겜밍아웃 이벤트를 준비했죠."
그가 겜밍아웃을 시작한 이유는 또 있다. 그동안 국내 게임산업이 게임의 순기능을 알리는데 너무도 소극적이었다는 점이 한 몫했다. 게임의 긍정적 의미와 가까운 미래에 만들어갈 가치에 대해 아무도 언급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남탓만 하기 전에, 내가 먼저 할 수 있는 부분을 찾다 겜밍아웃 이벤트를 착안하게 됐다는게 남궁 이사장의 설명이다.
"우리 스스로 논리적 무장이 돼야 합니다. 당장 저만 해도 '4대 중독법'을 발의한 신의진 의원이 말을 듣다보면 '그래, 그런 면이 있을 수 있지'라며 움직였는데 다른 분들은 오죽하시겠어요. 이는 우리 스스로가 논리적 무장이 돼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게임이 왜 좋은지, 무슨 의미가 있는지 꿰고 있어야 공격을 받을 때 반격할 수 있다는 거죠. 게임인재단이 선보인 겜밍아웃 영상을 통해 우리 게임산업에 계신 종사자 분들의 정신적 무장이 되길 바랍니다."
◆"게임인상? 가치 널리 알렸다"
CJ E&M 게임부문 대표와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역임한 뒤 홀연히 게임업계를 퇴장했던 남궁 이사장은 2013년 말 게임인재단을 설립하며 게임업계로 복귀했다. 평소 작은 게임사들의 발전을 꾀하고 게임 인재 육성을 강조하던 그의 비전이 첫 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게임인재단 설립 1년 여의 시간이 흐른 현재 간판 프로젝트이자 유망 모바일 게임을 선정해 각종 지원을 제공하는 '힘내라 게임인상'도 어느덧 9회차를 맞이했다.
남궁 이사장은 게임인상을 도입한 취지를 '허리급 회사의 육성'이라 했다.
"허리급 회사가 있어야 게임산업이 지속성장할 수 있습니다. PC 온라인 게임 때만 해도 중견급 게임사들이 성장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나 모바일 게임은 너무나 빨리 진입 장벽이 높아져 버렸어요. 소위 말해 잘 되는 곳만 계속 잘되는 구조가 되겠다 싶었죠."
어느새 모바일 게임 시장이 메이저 퍼블리셔에 의존하는 구조가 됐고 잘 만든 게임도 오픈 이후 이용자들의 평가도 받지 못하고 사그라드는 상황으로 치닫은 것을 그는 안타깝게 여겼다. '초대박'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두 번째 작품을 만들 여력이 있는 팀이라면 그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게임인재단이 힘내라 게임인상을 기획하게 된 배경이다.
"이 상의 전신이 있습니다. 99년도에 당시 게임산업진흥원에서 진행한 우수게임 사전제작 지원 제도가 있었어요. 저는 한게임에 재직중이었는데 당구게임으로 500만 원(우수상)을 받았어요. 너무 기뻤죠. 그 500만 원이 그 이상의 용기와 감동, 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됐던 것 같습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 아쉽게도 게임인상에 선정된 작품 중 '초대박'은 나오지 않았다. 레드사하라의 '불멸의전사'가 중박을 기록한게 전부다. 지금까지 게임인재단은 힘내라 게임인상을 통해 7억 원 가량의 '씨앗'을 뿌렸지만 돌아온 건 5천만 원이 전부. 그러나 게임인상이 게임업계에서 가지는 가치는 기대 이상이라는게 그의 견해다.
남궁 이사장은 게임인재단의 향후 포부에 대해서도 말했다.
"지난 해 까지 게임인재단이 게임 중독 이슈에 집중했다면 2015년 들어서는 게임산업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고민해 보려 합니다. 큰 예산이 들지 않는 한도 내에서(웃음) 우리의 아이디어와 노력에 의해 풀어나갈 수 있는 일을 시도할 겁니다."
문영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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