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세나기자] 출시 10년 이상이 지난 '올드 게임'을 웹과 모바일 게임으로 만들어 출시하는 해외 프랜차이즈 사업이 게임시장의 유망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다.
'뮤 온라인'을 비롯, 사람 나이로 치면 환갑도 훨씬 지난 추억의 온라인게임들이 웹과 모바일로 변신하며 게임업계의 새로운 효자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기존 게임들의 지적재산권(IP)을 기반으로 새로운 형태의 게임을 개발하는 작업은 여러 해 전부터 진행돼 온 일이나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사례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IP 프랜차이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 웹젠 '대천사지검-전민기적' 연이은 홈런포
온라인게임 IP 해외 프랜차이즈 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 들고 있는 곳은 웹젠(대표 김태영)이다. 웹젠은 '뮤 온라인' 신화를 일군 중국시장에서 '뮤'를 소재로 만든 웹과 모바일 게임들이 좋은 성적을 내면서 요즘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 6월 중국 게임사 싼쓰치요우시(37WAN)가 선보인 뮤 온라인의 웹버전 '대천사지검'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고 12월 킹넷을 통해 론칭한 모바일 게임 '전민기적'이 출시 하루만에 46억 원을 벌어들일 만큼 인기몰이 중이기 때문이다.
싼쓰치요우시가 서비스하는 '대천사지검'은 론칭 첫 달 현지에서 약 17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현재도 인기 웹게임 순위 2위를 유지하고 있다. 12월 말 현재 싼쓰치요우시, 바이두 등 주요 웹게임사에서는 8천여 대가 넘는 대천사지검 채널 서버가 운영중이다.
지난 10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모바일게임 '전민기적'은 서비스 3일 만에 중국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에 올랐고 현재까지 700여 개의 서버를 운영하면서 매출 10위 내에 지속적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현지 서비스 13시간 만에 약 4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웹젠의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수차례 상한가를 치면서 웹젠의 시가총액도 2천억 원대에서 1조 원대로 올라서기까지 했다.
지난 3분기를 기준으로 웹젠이 올해 '뮤 온라인'을 통해 거둔 누적 매출액이 대천사지검 로열티를 포함해 총 131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천사지검과 전민기적의 실적은 가히 '뮤의 재탄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뮤 온라인의 2013년 실적은 133억 원이었다.
웹젠의 대표 타이틀 '뮤 온라인'은 2003년 중국 시장에 진출해 동시 접속자 수 30만명, 현지 온라인게임 시장 점유율 30% 차지하는 등 큰 인기를 모았다. 불법 사설서버가 활개를 치면서 공식 점유율은 많이 줄었지만 뮤 온라인은 서비스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중국에서 인기가 많다.
웹젠 게임서비스본부 김건희 해외사업실장은 "웹젠의 게임 브랜드는 중국을 포함해 해외시장에서 인지도도 높고, 긍정적인 인식도 높은 편"이라며 "중국 개발사들이 '뮤'를 활용하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천사지검과 전민기적 역시 현지 파트너사가 먼저 우리에게 '뮤'의 IP 활용과 개발방향을 가이드 해 줄 수 있는지 의사를 타진해 협업이 이뤄졌던 케이스"라며 "앞으로 뮤 이외에 다양한 게임 타이틀에 대해 신규 프랜차이즈 사업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이스트소프트·엠게임도 대표작 중국 향해 '진격'
알집으로 유명한 이스트소프트(대표 김장중)도 최근 서비스 9년차 장수게임 '카발 온라인'으로 중국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중국 시장에 첫 선을 보인 '카발 온라인'은 오픈 초기 동시 접속자 수 40만 명을 기록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으나 중국 퍼블리셔의 파행 운영으로 이용자 이탈이 빚어지면서 2009년 라이선스 계약 연장 없이 현지에서 철수했다.
이스트소프트는 그러나 현지에서 불법 서버가 운영될 정도로 카발 온라인의 인기가 많은 점에 착안, 지난달 중국 유명 게임사 창유와 카발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개발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중국 웹게임사인 모클린사와 카발 웹게임 개발을 합의했다. 최근에는 중국 웹게임 전문 퍼블리셔인 싼쓰치요우시와 우회적 지분투자 관계를 맺기까지 했다. 싼쓰치요우시와는 내년 초 웹게임을 내놓은 뒤 하반기 모바일게임 상용화를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트소프트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약 1년 전부터 카발 IP를 활용한 플랫폼 확장 계획을 준비해 왔다"며 "중국 파트너사들을 통한 카발 모바일, 웹게임 개발 및 서비스와 함께 내부적으로 안드로이드 기반의 모바일, 스마트TV용 카발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게임 '열혈강호'로 중국에서 흥행신화를 써내려간 중견게임사 엠게임(대표 권이형)도 열혈강호 IP를 활용한 웹게임으로 중국시장 진출을 계획중이다.
엠게임은 지난 10월 중국의 웹게임 개발사 유런테크와 공동개발 협약을 맺고, 열혈강호 리소스를 활용한 웹게임을 내년 2분기 중국을 포함한 중화권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2005년 중국에 진출한 열혈강호 온라인 역시 현지에서 최고 동시 접속자 수 50만 명을 돌파하는 등 높은 인기를 끌었다. 이 게임은 인기 무협만화 '열혈강호'를 기반으로 개발한 코믹 무협 RPG장르로, 현재도 엠게임 최고의 효자게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인기 IP의 힘…10년 지나도 파급력 여전
웹젠, 엠게임, 이스트소프트 등이 차기 효자 종목으로 낙점한 게임들은 모두 국내에 출시된 지 10년 가량 된 올드게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뮤 온라인의 경우 13년, 열혈강호 10년, 가장 막내급인 카발온라인이 올해로 서비스 9주년째다.
이들이 대륙에서 회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단연 현지 게임시장에서 갖는 파급력에 있다. 원작에 대한 충성 고객층이 탄탄하게 형성돼 있고 추가 이용자 확보 또한 용이해 현지 업체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중국 유명 모바일 게임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중국시장의 주요 이슈 중 한 가지는 '어떤 IP를 활용하는가'"라며 "좋은 IP를 활용했을 경우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마케팅 리소스가 적고 주목도는 높아 주요 퍼블리셔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경우 출시되는 모바일 게임 타이틀 중 약 30%가 순수 창작물이 아닌 IP를 활용한 2차 저작물"이라며 "중국 정서를 고려해 현지 업체에게 개발을 맡긴 한국 게임사들의 프랜차이즈 사업의 형태는 추가적인 현지화 리소스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유명 게임사 관계자는 "국산 온라인게임 IP를 활용한 타이틀들이 중국에서 선전하면서 국내업체로서는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는 중국시장을 겨냥할 새로운 먹거리를 찾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류세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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