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새누리당 내 계파갈등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7.14 전당대회를 통해 비박계인 김무성 대표가 당권을 잡은 뒤 6개월 남짓 '허니문'을 이어가던 친박계와 비박계가 최근에는 연일 파열음을 내고 있다.
김 대표는 청와대와 정부에 '할 말'을 하기 시작했고, 친박계 내에서는 김 대표 체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양측의 갈등이 깊어가는 분위기다.
◆"당직 인사권 사유화" 친박, 김무성에 십자포화
친박 의원들이 주축이 된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30일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송년 오찬을 가졌다. 여기에는 친박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해 유기준, 홍문종, 이주영, 김태환, 윤상현, 이학재 의원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유기준 의원은 "선명하지 못한 당청관계, 국민 관심을 분열시킬 수밖에 없는 개헌 논쟁, 당직 인사권을 사유화하는 모습 등 갈 길 먼 정부와 여당의 발목을 잡는 일들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김 대표의 상하이발(發) 개헌 발언 파문,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의 여의도연구원장 내정 등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10월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기국회 이후 개헌 논의가 봇물 터질 것"이라고 발언했다가 개헌 논의에 반대하는 청와대와 친박계의 반발에 부딪혀 하루 만에 사과한 바 있다.
최근에는 박 이사장을 여의도연구원장에 내정했다가 이에 반대하는 서 최고위원과 최고위원회의 석상에서 고성 언쟁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서 최고위원은 모임에서 "당도 앞으로 더욱 소통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길 바라마지 않는다"며 김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여연 원장·당협위원장 임명 '뇌관'
친박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그간 잠재해 온 계파갈등의 산물로 받아들여진다. 김 대표가 당을 장악하면서 주류에서 밀려난 친박계가 조직적 반격에 나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당 안팎에서는 이날 모임을 계기로 잠잠했던 계파갈등이 증폭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박 이사장을 여의도연구원장에 임명하는 문제와 함께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 간 갈등설이 돌고 있는 경기 수원갑 당협위원장 선출이 뇌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김 대표는 최근 청와대 신년회 참석자 명단에 친박계인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포함된 반면, 당 서열이 높은 비박계 이군현 사무총장이 빠진 것을 두고 청와대 정무수석실을 향해 "천지 분간을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에 이어 사학·군인연금 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도 "무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청와대와 정부를 향해 각을 세우는 모습이 엿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 대표인 자신을 제외한 채 친박계 중진 의원 5명과 만나 국정을 논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도 김 대표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대목이다.
다만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함께한 송년 오찬 간담회에서 "대통령이 의원들과 대화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만 언급했다.
윤미숙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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