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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기]차이나 디스카운트가 끝나간다


[김석기의 IT 인사이트]

항해술의 발달과 지리상의 발견을 바탕으로 15세기부터 시작한 '대항해 시대' 이후 탐욕의 서구 제국들이 세계의 패권을 주도하고 있었다. 서구 열강들은 부의 축적을 위해 항해술 뿐아니라 총과 같은 무기와 공성기들을 만들며 전쟁의 기술들을 발전시켜왔다.

하지만 문화적인 측면에서 가장 선진국은 중국이었다. 철학과 학문, 행정 뿐아니라 종이, 화약, 도자기, 실크 등 제조나 예술분야에서도 중국은 가장 선진 문화를 가진 국가였다. 이러한 중국의 문화적인 선진성 때문에 아편전쟁이 있던 1840년까지 서구 열강들은 중국을 함부로 침범하지 못했다. 단지 지리적으로 멀어서 늦게 침략했다고만 보기에는 남미가 이미 1500년대에 거의 모든 원주민이 학살된 후 서구의 식민지가 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1차 아편전쟁과 2차 아편전쟁을 거치면서 청나라가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고 러일전쟁이후 청왕조가 막을 내리고 쑨원에 의해 1912년에 중화민국이 탄생하였지만 이후 20년간의 군벌 체제, 일본의 침략, 공산당과 내전, 2차 세계대전, 냉전 등 격동의 현대사를 겪으면서 경제보다는 생존의 문제가 앞선 세월을 보내게 되었다.

특히 60년대에 있었던 '문화대혁명'을 통해 마오쩌둥이 공산당 내부의 정적들을 숙청하고 권력을 잡는데 성공하였으나 그 부작용으로 중국의 경제나 문화는 황폐화됐다.

마오쩌뚱 사후 문화대혁명에 대해 공산당은 공식적으로 '극좌적 오류'라는 평가를 내렸으며 현재 중국에서는 문화대혁명의 트라우마로 아예 '문화(文化)'라는 단어를 없애버렸다. 우리가 문화라 칭하는 말을 중국에서는 '문명(文明)'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아편 전쟁이후 1972년까지 120여년 동안 중국이 폐쇄된 침체기를 겪었고 1992년 이후부터 본격적인 산업화가 시작되었다. 산업화 시작 후 22년간 중국의 제조산업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였다.

현재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우며 제조업 생산에서 세계 1위이다. 특히 IT 분야의 제조업은 중국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조차 없을 정도이다. 지금까지 중국 제품에 대한 편견은 대개 주변에서 흔히 보는 싸구려 중국제품 때문에 가지고 있다. 중국의 제조업 수준을 그런 제품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은 올바른 평가가 아니다. 중국의 제조업은 아주 싸구려부터 고품질의 다양한 수준의 제품을 만들고 있다. 다만 한국에서 보는 것처럼 중국제품이 저급한 것은 중국 제조업체의 문제라기보다 싸구려를 주문하는 한국 수입업자들의 문제이다.

최근 중국단말기를 보면 중국 제품이라는 생각이 전혀 안들 정도로 성능이나 디자인 면에서 수준이 높아졌다. 가장 급부상한 단말기기 제조업체인 샤오미는 불과 설립한지 4년밖에 안된 신생회사이며, ZTE나 화웨이, 하이얼 같은 중국 스마트폰업체의 강력한 성장이 한국 스마트폰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샤오미 뿐만 아니라 지난해부터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는 OPPO는 모바일 업계에서는 신생사이지만 원래 음향/영상 가전전문 회사이다. 보통 중국가전업체라 하면 저가의 전자제품을 만드는 업체로 생각하기 쉬운데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고 최고가 스마트폰이 된 것처럼 OPPO 역시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고 일류 AV가전 브랜드로서 포지셔닝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에서 블루레이 플레이어 가격을 검색해보면 삼성제품이 100~130달러정도이고 OPPO 제품의 가격은 1천200~1천400 달러이다.)

OPPO를 비롯한 샤오미나 ZTE가 가전 뿐아니라 모바일 제조 분야에서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극복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중국업체에 의해 한국 스마트폰 업체의 봄날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 되지 않기 위해서 각 업체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김석기 ([email protected])

모폰웨어러블스 대표이사로 일하며 웨어러블디바이스를 개발 중이다. 모바일 전문 컨설팅사인 로아컨설팅 이사, 중앙일보 뉴디바이스 사업총괄, 다음커뮤니케이션, 삼성전자 근무 등 IT업계에서 18년간 일하고 있다. IT산업 관련 강연과 기고를 통해 사람들과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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