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국내 백화점 업계의 올해 마지막 세일 실적이 신통치 않다. 미국 대형 할인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 여파가 컸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 보다는 날씨, 소비 침체 등 탓이 컸다는 분석이다.
특히 세일 초반 이어진 따뜻한 날씨 탓에 매출 주력 상품인 겨울 아우터의 판매가 주춤했던 게 직격탄이 됐다는 설명이다.
8일 주요 백화점들의 겨울 정기세일 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 달 21일부터 지난 7일까지 각 백화점별 신장률은 롯데가 기존점 기준 전년 대비 1.8%, 현대가 1.4%, 신세계가 2.4%, 갤러리아가 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각 백화점들이 5.0~8.2%의 신장률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세일 기간 절반 이상이 11월에 집중돼 있었던 데다 지난 달 말까지 예년보다 따뜻한 겨울 날씨가 이어지면서 실적에 많은 타격을 입었다"며 "특히 단가가 높은 겨울 아우터 제품의 매출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 아웃도어 매출은 1.8% 역신장했으며, 신세계는 0.6%로 제자리걸음 수준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각 백화점들은 12월 들어 날씨가 추워지면서 겨울 아우터를 중심으로 매출이 다시 살아나고 있어 세일 실적을 두고 실망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각 상품군별 전년 동기간 대비 신장률은 아웃도어가 41.7%, 모피가 35.9%, 섬유(장갑·목도리 등)가 31.8% 등을 기록하며 세일 막바지 실적을 견인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이달 들어 이어진 강추위로 지난 달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던 남성의류(4.6%), 여성캐주얼(0.7%), 아웃도어(0.6%) 등 패션 상품군이 신장세로 전환되기도 했다.
또 윤달이 끝나고 혼수수요가 몰리면서 해외패션과 가전·주방·침구 등의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특히 각 백화점별 해외패션 매출은 롯데가 17.9%, 현대가 9.5%, 신세계가 16.3% 증가했으며, 가전 매출 역시 현대가 8.3%, 신세계가 19.4%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 영업전략담당 홍정표 상무는 "세일 초반 따뜻한 날씨로 다소 주춤했으나 혼수 수요와 12월 초반 강추위로 패션 수요까지 살아나며 회복세를 보였다"며 "올해 실적의 분수령이 될 12월 한 달 간 다양한 대형 겨울행사와 마케팅 자원을 총동원해 매출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百 "세일 실적 부진, 美 '블프' 영향 아냐"
각 백화점들은 이번 정기 세일 기간동안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 기간이 겹치면서 해외 패션 브랜드 시즌오프를 예년보다 앞당겨 대규모로 실시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해외 직구 열풍까지 더해져 기대만큼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서 실적은 예년보다 부진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직구로 소비자들이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이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이 공유되고 있다"며 "해외 직구족들이 미국뿐 아니라 유럽까지 넘나들며 상품을 구매하고 있어 주 연령층이 비슷한 백화점이 설 자리는 앞으로 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정작 백화점들은 해외 직구 열풍이 이번 세일 실적 부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품목이 다른 데다 주 이용층이 다르다는 게 그 이유다.
또 해외 직구 시장 전체 규모가 2조원 안팎으로, 소매업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백화점 매출에 영향을 준다고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판단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세일 실적 부진은 장기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소비 침체와 날씨 영향이 컸던 것"이라며 "해외 직구 열풍 영향이 있었다면 12월 매출이 이처럼 크게 오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 직구족들은 폴로·갭 등 특정 브랜드나 가정용 제품을 주로 구입하고 있다"며 "백화점 매출 주력 상품인 하이엔드 명품이나 화장품 등과 겹치지 않는 것으로 보여 세일 실적에서 이들의 영향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반전은 있다"… 각 백화점, 연말 사은 행사 총력
겨울 정기 세일을 기점으로 연말 특수를 노리던 백화점들은 세일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크리스마스와 연말 사은행사에 총력을 쏟을 계획이다. 특히 12월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달할 만큼 매출 회복에 있어 중요한 시기로, 각 백화점들은 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연말 프로모션에 나서 분위기 반전을 노릴 계획이다.
먼저 현대백화점은 오는 12일부터 전국 13개 점포에서 '크리스마스 사은대축제'를 진행한다. 압구정 본점을 비롯해 각 점포별로 골프·모피·영캐주얼 등을 중심으로 특가 기획전을 선보인다.
신세계백화점도 오는 14일까지 아우터 할인전인 '겨울패션 수퍼위크'를 열고, 30만 원 이상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구매 금액별로 5%에 해당하는 상품권을 증정한다. 롯데백화점도 12월 중 점포별로 상품권 사은행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김상수 마케팅전략팀장은 "추운 날씨와 함께 다가오는 연말 시즌에는 다양한 할인행사를 통해 소비심리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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