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SK그룹이 이르면 오는 9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다.
지난해 총수의 경영 공백으로 '안정 속 성장'을 경영 기조로 인사 폭을 최소화 했지만 올해는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력 계열사가 실적이 악화된 만큼, 인적 쇄신을 통한 조직 정비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계열사의 급감한 실적을 업황 악화에 무게를 두지 않고 신상필벌(信賞必罰)이라는 인사 원칙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이른바 '물갈이'식 인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8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당초 내주께 연말정기인사를 단행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앞당겨 이르면 오는 9일께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늦어도 이번 주는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SK그룹 관계자는 "통상 12월 중순께 실시됐던 정기임원인사가 올해는 다소 빨리 실시될 예정"이라며 "정확한 발표시기는 알 수 없지만, 이번주는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복귀 시점을 쉽사리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 최 회장의 경영 공백과 이에 따른 계열사들의 실적 악화를 강력한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타개하겠다는 그룹 차원의 혁신 의지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달 말 SK그룹은 CEO세미나를 열고, 그룹 안팎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 하고 '전략적 혁신'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골자는 그룹 주력 계열사의 강력한 사업구조 재편이다. 그룹의 양대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을 비롯해 각 계열사별 사업구조의 전면 개편도 예고했다.
이에 따라 계열사별로 철저한 성과 분석을 통한 과감한 사업구조조정이 예상된다. 앞서 SK는 지난달 초부터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계열사 평가에 들어갔다. 최근 각 계열사별로 전무급 이상 CEO 후보군을 대상으로 근무평가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별로 성과분석을 통한 조정안이 마련된 만큼, 대규모 조직 개편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폭의 인사가 불가피할 것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실적이 추락하고 있는 일부 정유·에너지 계열사들의 경우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부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통한 사업 효율화와 인력 재배치 차원의 방안까지 검토된 것으로 안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CEO 경질이라는 카드로 분위기 쇄신을 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CEO들의 거취다.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부회장은 2년밖에 안 됐다는 점에서 유임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실적이 가장 큰 문제다. SK이노베이션은 올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2천389억원으로 83.2% 급감해 문책인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성민 사장이 이끄는 SK텔레콤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1.1% 감소했지만 단통법 시행과 요금 인가제 개편안 등 대외적인 시장 여건변화가 커짐에 따라 최대한 안정적인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져 유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오히려 지난달 'SK창조경제혁신추진단' 단장으로 선임되면서 그룹 내 신임을 재확인,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 승진에 대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계열사 중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SK하이닉스는 박성욱 사장의 유임이 유력하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3조4천42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2.6% 증가해 계열사 중 유일하게 대규모 승진잔치가 예상된다.
이밖에 최근 합류한 이호수 박사의 거취도 관심사다. SK는 지난달 말 그룹 차원의 소프트웨어(SW) 역량 강화와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의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전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장(부사장) 출신의 이 박사를 사장급인 최고기술위원으로 영입했다.
이 박사는 이달부터 SK 수펙스추구협의회 ICT(정보통신기술)기술성장특별위원회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중책을 맡길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정기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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