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청와대 비선라인 의혹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강력한 입장을 밝혔음에도 핵심 인물들의 진실 공방이 벌어지며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비선 의혹에 대해 "청와대는 국정과 관련된 여러 사항들 뿐 아니라 시중을 떠도는 수많은 루머와 각종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데 사실이 아닌 것도 많이 있다"며 "기초적인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내부에서 외부로 유출시킨다면 나라가 큰 혼란에 빠지고 사회에 갈등이 일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해당 문건을 루머 수준으로 단정지은 것이다. 박 대통령은 "문건을 외부에 유출하게 된 것도 어떤 의도인지 모르지만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고 초점을 청와대 내부 문건의 유출에 맞췄다.
그러나 핵심 인물인 정윤회 씨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언론 인터뷰 형식을 통해 입을 열면서 의혹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날 "모든 것을 조사하라, 하나라도 잘못이 있으면 감방에 가겠다"고 의혹을 부인한 정윤회 씨는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사건의 배후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지목했다.
정씨는 "시사저널 문제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회장 미행을 지시했다는 보도)가 터졌을 때도 나는 조작이라고 직감했다"며 "(민정수석실이) 조작된 문건을 공식 문서화했다는 것인데 이조시대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라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정씨는 이 근거로 문건 작성자인 박모 경정과의 통화내용을 들었다. 사건이 터진 후 정씨가 박 경정과 통화해 "사실대로 이야기하라"고 하자 박 경정이 "자기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다. 타이핑한 죄밖에 없다. 그것을 밝히려면 윗선에서 밝혀야 하지 않겠나"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박모 경정의 직속 상관이었던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정윤회 씨가 올 4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연락을 취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조 전 비서관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4월 10~11일 이틀에 걸쳐 청와대 공용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는데 모르는 번호여서 받지 않았다"며 "그 직후 정윤회입니다. 통화를 좀 하고 싶습니다라는 문자가 왔다"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은 "4월 11일 퇴근길에 이재만 비서관이 내게 전화를 걸어 '(정씨의) 전화를 좀 받으시죠'라고 해 이 비서관에게 '좀 생각해보고요'라고 답했으나 정씨와 통화하지 않았다"며 "이후 4월 15일 사표를 제출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은 "정씨의 전화를 받지 않은 것과 내 거취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속단할 순 없다"면서 "다만 정씨와 절연한 것처럼 얘기해온 이 비서관이 정씨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을 보고 '도대체 이게 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조 전 비서관의 말이 맞다면 정윤회 씨와 2003년, 2004년을 마지막으로 만나지 않았다는 이재만 비서관의 말은 거짓이 되며 정씨의 비선라인 의혹에도 무게가 실리게 된다.
청와대는 이같은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에서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청와대의 즉각적인 고발과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모습이다.
채송무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