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현대자동차가 준대형 신차 아슬란을 출시하면서 간섭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한 것과는 달리, 상위차종인 제네시스의 수요가 일부 아슬란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아슬란은 지난달 1천320대가 판매됐다. 다소 만족스럽지는 못한 출발이지만 지난달 말 출시 후 한 달 만에 계약대수가 4천대에 육박하고 있어 출고 대수 만으로 성패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게 현대차 측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업들의 연말 임원 인사가 끝나는 시기에 맞춰 판매량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연말까지 아슬란의 판매목표를 6천대로 잡고 있다.
다만 아슬란 출시 전 불거졌던 판매간섭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아슬란 출시 전후로 기존의 제네시스·그랜저의 시장을 갉아먹는 '내부잠식(Cannibalization)' 효과를 제기한 바 있다.
아슬란은 그랜저(엔트리 전륜구동)와 제네시스(고급 후륜구동 스포츠세단) 사이의 자리잡은 최고급 전륜구동 세단을 표방했다. 가격 역시 3천990만~4천590만원으로 그랜저와 제네시스의 중간급이다. 그랜저 대비로는 약 600만원 비싸고 제네시스 대비로는 1천만원 정도 저렴하다.
판매간섭 효과는 제네시스와 겹치는 3.3모델에서 두드러졌다. 실제로 제네시스는 지난달 2천527대가 팔려 전달(3천631대)보다 30.4% 감소했다. 지난 10월 판매대수가 전월 대비 76.9%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제네시스의 지난달 판매실적을 전년동월(775대) 대비로 놓고 보면 226.1% 증가했지만, 작년 말 신형 모델 출시를 앞두고 대기수요 증가로 판매량이 확연히 감소했던 점을 감안하면 큰 의미가 없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의 지난달 실적이 전월 대비 감소한 이유는 내수 생산량이 감소해 물량 자체가 모자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네시스는 지난달의 경우 10월 대비 내수 생산량이 다소 줄어 공급이 수요에 비해 딸렸다"면서 "내수물량 부족과 수출 물량 증가로 증산에도 노사가 합의했지만 당장 생산량을 급격히 늘리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그랜저 상위 트림과 겹치는 3.0모델의 경우에는 판매간섭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랜저의 경우에는 지난달 7천449대가 팔려 전월(7천169대) 대비 3.9% 늘어났다. 그랜저의 지난 10월 판매대수도 전달보다 15.4% 증가했었다.
아슬란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로 인해 제네시스를 타기에는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의 수요가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아슬란의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판매간섭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판매 추이를 지켜봐야 정확하게 나타나겠지만 아슬란과 제네시스, 그랜저와의 뚜렷한 차별성을 부각시키지 못한다면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슬란의 판매도 영속성을 갖추지 않는 이상 출시 초반 소비자들의 호기심에 따른 풍선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면서 "자칫 과거 '마르샤' 실패의 재현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정기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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