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석기자] 올해 정제마진 및 유가, 환율 하락 등 '삼중고'를 겪었던 정유업계에 내년에도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질 조짐이다. 수출 감소 및 엔화 강세 등이 이어지면서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25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정유업 수출 증가율은 12대 주력 산업군 중 유일하게 올해 대비 0.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조선·철강·섬유·정보통신기기 등 전체 산업군은 미국 등 세계경기 회복으로 모두 수출이 증가해 평균 3.6% 성장이 예상되지만 정유업만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 것.
산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정유업의 경우 글로벌 공급과잉 및 셰일가스 개발에 따른 미국 석유제품 수출 확대, 주요 수출처인 중국·인도네시아 수요둔화로 수출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주요 정유업체들의 수출비중은 전체 매출 대비 절반을 훨씬 웃돈다. 수출이 부진하면 당연히 좋은 실적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다.
올해 3분기까지 정유 4사가 기록한 수출액 규모는 전체 매출액의 56% 수준인 56조2천777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62조616억원 대비 9.32% 줄어든 수치다. 지난 2012년 이후 수출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
지속적인 수출 부진에 따른 수익성 타격은 올해 2분기부터 본격화된 정제마진 감소 및 유가 급락 현상도 한몫했다.
국내 정유사들의 80%가 사용하는 두바이유는 지난 8월 말까지만 해도 100달러대를 유지했으나 현재는 7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원유를 구입해 국내에서 정제하는 데까지는 한 달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는 100달러 수준에 구입한 원유를 정제 후 70달러대 수준으로 판매하거나 수출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생긴 마진 타격은 해당 분기는 물론 다음 분기까지 적용된다.
지속적인 정제마진 감소도 실적 부진의 주요원인이다. 정제마진이란 원유수입가격에서 석유제품가격을 뺀 수치로 관련업계에서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올 1분기까지 6달러대를 유지했던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 7~8월을 기점으로 현재까지 2~3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엔저현상 또한 내년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소다.
산업연구원은 "정유는 일본과 휘발유 및 경유, 항공유 등 고부가가치 품목에서 경합도가 높다"며 "엔저 지속시 가격경쟁력 약화로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외부변수에 취약한 업계 특성상 유가 회복 등의 반전 없이는 수익성 향상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품질 향상에 따른 부가가치 제고와 석유화학 등 비(非)정유 부문의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늘리면서 시황 변화를 기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안광석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