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올 초 AB인베브에 재인수된 오비맥주가 다시 외국인 사장을 전진 배치하며 경영체제를 새롭게 개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AB인베브는 오비맥주 재인수 당시 장인수 사장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며 장인수 체제를 지속할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자신들의 입지를 더 굳히기 위해 올해 대표자리를 자신들의 인력으로 교체했다.
또 업계는 장인수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지만, 사실상 실질적인 권한을 잃게 된 것이라고 보고 2선으로 후퇴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일 오비맥주는 AB인베브 프레데리코 프레이레(Frederico Freire·43·사진) 부사장을 신임 사장에, 장인수(59·사진) 현 사장을 부회장에 각각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새로운 사령탑 구축은 수입 프리미엄 맥주의 집중공략과 후발주자의 추격으로 갈수록 격화되는 국내 맥주시장의 경쟁환경 변화에 맞서 '맥주시장 1위' 자리를 한층 더 확고히 다지기 위한 공격적인 경영체제 개편"이라고 밝혔다.
브라질 태생인 프레이레 신임 사장은 현재 AB인베브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APAC)의 통합부문 부사장으로 재임 중이며, 1996년 AB인베브 입사 이후 18년 동안 영업·생산·구매·물류 등 다양한 분야의 요직을 두루 거친 글로벌 맥주 전문가다. '고신영달(고졸출신 영업달인)'로 유명한 장인수 현 사장은 부회장에 선임됐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그 동안 영업총괄을 겸직해 왔던 장 부회장 대신 앞으로 프레이레 사장이 영업 활동에 적극 나설 예정"이라며 "장 부회장은 신임 사장을 서포트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장 부회장은 프레이레 사장과 함께 오비맥주 브랜드들의 지속 성장을 이끌어내고 새로운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데 힘을 보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오비맥주 측은 장 사장이 신임 CEO와 더불어 기존과 같이 대외 활동을 계속 이어간다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대표자리에서 물러난 만큼 사내에서 예전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 같은 AB인베브의 결정을 두고 업계는 올해 '카스 소독약 냄새 논란'에 대한 대응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승승장구하던 매출이 예전과 달리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전반적으로 장 부회장 체제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외에도 장 부회장의 언어 능력도 서로 의사 소통을 하는데 있어 한계로 작용했다. 외국계 회사 체제 속에서 대부분 영어로 진행되는 회의를 장 사장은 통역을 거쳐야만 참여할 수 있어, AB인베브 측이 여러 가지로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 프레이레 신임 사장으로 오비맥주의 사령탑이 교체되면서 주요 임원진들의 조직 체계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프레이레 신임 사장만 앞세워 오비맥주를 운영하기에는 당장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한국 주류 시장을 잘 알고 영업력이 뛰어난 장 부회장이 당분간 프레이레 사장을 조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AB인베브가 예전에도 한국식 시스템을 글로벌 시스템으로 교체하면서 조직 동요가 많았고, 매출도 줄어든 전례가 있지만 지금의 오비맥주가 성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외국인이 오비맥주의 수장이 되면서 내부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 변화가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AB인베브가 한국식 영업에 강한 장 부회장 없이 국내 시장에서 영업력을 발휘하기는 당장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며 "장 부회장과 프레이레 사장의 역할 분담이 어떻게 될지 시간을 두고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AB인베브는 현재 25개국에 코로나, 버드와이저 등 200여 개 제품을 전개하고 있는 세계 1위 맥주회사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때 두산그룹에서 오비맥주를 인수한 후 11년간 경영했으나, 2009년 7월 해외 금융위기가 터지자 부채 감축을 위해 18억달러(약 2조3천억원)를 받고 KKR에 매각한 바 있다.
이후 AB인베브는 올해 1월 오비맥주를 KKR에 매각할 당시 금액의 3.2배인 58억달러(약 6조1천700억원)에 재인수한다고 발표하며 한국 시장 재공략을 선언했다. 또 오비맥주를 중심으로 아태지역 사업을 더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장유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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