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연말 정국 쟁점으로 떠오른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 국정조사'와 관련, 여야가 상반된 표정을 드러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사안이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게는 정국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호재로, 여당인 새누리당에는 책임론과 그에 따른 내홍에 휘말릴 수 있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사자방 비리 의혹을 연일 부각시키며 대여(對與) 총공세에 나선 데는 여러 가지 정치적 셈법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 방산비리는 전임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실정이지만 연계 정권인 박근혜 정부와도 무관치 않다. 새정치민주연합 입장에서는 전·현 정부를 싸잡아 공격할 수 있는 사안인 것이다.
실제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국조에 불러 세우겠다고 공언하는 한편, 이명박 정부 당시 자원외교 주무부서인 지식경제부 장관을 맡은 데 이어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연계도 벼르고 있다.
새누리당이 끝내 국조를 거부할 경우 박근혜 정부가 이전 정부를 비호한다는 공세 역시 가능하다.
우윤근 원내대표가 19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이 비리 의혹을 감싸는 공범이 되고 싶지 않으면 즉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에 답하라"고 강조한 점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반면 새누리당은 국조를 수용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곤혹스런 처지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국조를 거부하자니 전 정권의 실정을 비호하는 모습으로 비쳐져 여론 악화가 불가피하고, 수용하자니 정권 연계성을 부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이 이 전 대통령 국조 소환 카드를 꺼내든 만큼, 친박계가 주축이 된 당 지도부가 국조 수용을 결정할 경우 친이계가 강력 반발하면서 해묵은 계파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친박계로서도 박근혜 정부 핵심 중 핵심인 최 부총리가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국조를 수용하는 데 부담이 따른다.
이밖에 새해 예산안 심사에서도 사자방 국조가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새누리당은 예산안을 법정시한 내 처리하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이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관련 예산 삭감을 주장하면서 예산 심사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일단 새누리당은 "새해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 민생법안 등 국회 고유의 업무를 처리하는 데도 빠듯하다. 정기국회가 끝난 이후에 이 문제에 대해 검토하겠다"(이완구 원내대표)며 선을 그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세는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윤미숙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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