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덩치 큰 SUV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고성능과 실용성, 가격 경쟁력까지 겸비한 자그마한 사이즈의 소형 SUV로 눈을 돌리면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이 연이어 신차를 내놓거나 출시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등 본격적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6일 국내외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각 업체의 소형 SUV 판매 신장세가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GM이 지난해 2월 첫 선을 보이며 국내 소형 SUV시장을 개척한 '쉐보레 트랙스'는 지난달 917대가 판매돼 전년동기 대비 64.3% 증가했다. 가솔린 모델 하나로도 트랙스는 올 들어 10월까지 누계 판매에서도 8천360대를 팔아치우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2% 신장했다.
한국GM은 트랙스의 판매호조 등에 힘입어 올 1~10월 내수시장에서 총 12만3천928대의 판매를 기록하며 2002년 회사 출범 이후 역대 최고 연간 내수실적을 달성했다.
현재 한국GM은 신형 엔진을 탑재한 쉐보레 트랙스 디젤의 투입 시점을 조율 중이다. 트랙스는 국내에서 1.4L 터보 가솔린 모델만 판매 중이지만 디젤 모델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은 상태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께 출시가 점쳐진다.
한국GM 관계자는 "트랙스와 QM3, 쥬크 등 3파전이었던 소형 SUV 시장이 올 하반기부터 가열되는 양상"이라며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시장 수요를 감안해 내년 트랙스 디젤 모델 출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QM3' 인기는 수요가 딸릴 정도다. 르노삼성이 르노의 스페인 공장에서 완성차 형태로 수입해 오는 이 차량은 출시 초기에는 계약하면 차량 인수까지 적어도 6개월 이상 대기해야 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QM3 물량의 일부 해소로 현재 계약 고객들은 1달 이내에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다"며 "대기 고객은 약 1천500명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QM3는 지난달 1천511대를 팔아 전월 대비 110.2% 증가했다. 올 1~10월 누적 판매량도 1만1천434대를 기록하며 매달 1천대 이상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쌍용자동차의 '뉴 코란도 C'도 1천582대가 판매돼 전월 대비 16.2% 늘어나며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1~10월 누계 대비로도 4.7% 증가한 1만6천182대가 팔렸다.
쌍용차는 또 마힌드라 인수 후 처음 출시하는 신차로 소형 SUV 'X100(프로젝트명)'을 내년 초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달부터 시범 양산을 시작한 X100은 동급 경쟁차종 대비 주행성능, 연비, 상품성, 가격 등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유일 쌍용차 대표는 "X100은 동급 시장에서 뛰어난 가성비로 승부하는 모델"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한 바 있다.
쌍용차는 지난달 초 열린 파리모터쇼에서 X100의 양산형 콘셉트카인 'XIV-에어(Air)'와 'XIV-어드벤처(Adventure)'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내수시장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구조적 변화를 감안해 B세그먼트(소형 SUV) 신차를 내년 중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국내 판매 차종 중 2.0리터급 투싼 아래의 소형 SUV 모델이 없다.
김충호 현대차 사장은 최근 "앞으로 B세그먼트 SUV를 빠른 시간 내 선봬 SUV 수요 증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언급했다.
수입차들 역시 연이어 소형 SUV 모델을 내놓고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29일 출시된 '뉴 푸조 2008'은 사전계약물량만 1천대를 기록했다. 출시 당일 수입원인 한불모터스 송승철 대표가 물량 확보를 위해 직접 프랑스 본사로 날아가 수뇌부와 협의를 갖기도 했다.
한불모터스 동근태 상무는 "올해 안에 3천대를 판매하고, 내년에는 연간 6천~7천대를 판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불모터스는 내년 1월까지 국내 소비자들에게 최소 1천500대의 뉴 푸조 2008을 공급할 수 있도록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내년 1월 이후에는 뉴 푸조 2008 구입을 원하는 고객들이 대기 없이 차량을 구입할 수 있도록 정상 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국토요타도 지난달 6일 렉서스 최초의 소형 SUV 'NX300h'를 내놓으며 출사표를 던졌다.
NX300h는 하이브리드 모델이라는 점과 기존 모델과 차별화된 외관을 앞세워 출시 한 달여 만에 300대 이상의 계약이 이뤄졌다.
한국닛산 역시 하반기 전략모델로 오는 11일 소형 SUV '캐시카이'를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 9월 중순 사전계약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예약 물량만 600여대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소형 SUV는 크기가 작고 연비가 좋을 뿐 아니라 값도 비교적 저렴해 커다란 패밀리카 구매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수요층에 매력적인 대안으로 부상했다"면서 "올 하반기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점유율 확대를 위한 국내외 완성차업체들의 소형 SUV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기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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