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석기자] 정유업계가 올해 3분기 최악은 면했으나 글로벌 불황 등의 악재로 실적 부진을 이어간 가운데 당분간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부악재에 취약한 업계 구조상 불황(수요 위축)에 따른 유가 급락 여파가 건재하기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정유업체들의 3분기 영업이익은 유가 급락에 따른 주력사업 부진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하락하거나 적자를 유지했다.
업계 맏형인 SK이노베이션은 488억원을 기록했다. 화학 및 석유개발, 윤활기유사업 등 비정유 부문의 선전으로 적자는 면했으나 전년 동기 대비 84.6% 줄어드는 등 주력인 정유사업의 부진이 뼈아프다.
에쓰오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SK이노베이션과 마찬가지로 파라자일렌(PX) 제품 마진 강세로 석유화학 부문이 견고한 실적을 냈으나 정유 부문 부진으로 2분기에 이어 영업적자를 이어갔다.
이달 중순 실적 발표를 앞둔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의 분위기도 좋지 않다. GS칼텍스의 경우 증권가에서는 2분기 보다 적자폭은 크지 않겠지만 흑자를 내기도 어렵고 올해 누적 영업손실이 1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유업체들 중 지난 2분기 유일하게 흑자를 냈던 현대오일뱅크에서도 "본전치기만 해도 다행"이라는 얘기가 내부에서 나온다.
정유업계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은 지난 9월을 기점으로 급락하기 시작한 유가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들의 80%가 사용하는 두바이유는 지난 8월 말까지만 해도 100달러대를 유지했으나 현재는 8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원유를 구입해 국내에서 정제하는 데까지는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100달러 수준에 구입한 원유를 정제 후 80달러 수준으로 판매해야 한다는 의미다. 때문에 마진 타격은 해당 분기는 물론 다음 분기까지 적용된다.
지속적인 정제마진 감소도 주요원인으로 꼽힌다. 정제마진이란 원유수입가격에서 석유제품가격을 뺀 수치로 관련업계에서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올 1분기까지 6달러대를 유지했던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 7~8월을 기점으로 2~3달러대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4분기에도 현재보다는 상황이 악화되지는 않겠지만 흑자 유지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와 정제마진은 한계까지 다다른 만큼 추가 하락 가능성이 적다"면서도 "다만 3분기 유가 하락분 반영으로 4분기에도 정유사들의 재고평가 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북미지역 공급량이 늘어나 국제유가가 안정되고 정제마진은 중동을 중심으로 한 신규설비 증설 등 영향으로 제한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당분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겠으나 성장 모멘텀 발굴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광석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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