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기자] 삼성전자가 최근 4년래 최악의 실적을 내놨다. 영업익은 앞서 공개된 가이던스 마저 밑돌며 말 그대로 4조원에 턱걸이 했다. 휴대폰(IM) 및 가전과 TV(CE) 등 부문 실적은 기대보다 더 안 좋았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은 예상을 소폭 상회했다.
최근 3년간 말 그대로 '갤럭시 효과'로 세계 1위 휴대폰 업체로 입지를 다져왔던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수익성이 급락하며 지난 2011년 이후 처음 반도체가 휴대폰 이익을 추월하는 등 글로벌 톱 휴대폰 회사에서 다시 메모리 등 반도체 회사로 회귀했다.
더욱이 전체 수익성에서는 영업이익률 기준 10%가 무너진 약 8.6%, 순이익률도 8.9% 수준까지 급락했다. 100원을 팔아 9원 정도 남긴 셈이다.
이는 같은기간 애플이 순이익률에서 20%대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수익성 악화의 주범이 된 휴대폰 등 세트사업 전략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30일 삼성전자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 47조4천500억원, 영업이익 4조600억원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분기 대비 매출은 9%, 영업이익은 약 44% 가량 감소한 규모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던 지난해 3분기에 비해서는 매출은 19.7%, 영업익은 60% 가량 급감한 규모다.
이같은 실적 악화는 스마트폰 사업 경쟁심화와 CE사업의 계절적 수요 약세 영향이 컸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3분기에 IM부문 스마트폰 판매량은 소폭 성장했으나 중저가 제품 비중이 늘고 기존모델 가격이 인하되면서 ASP(평균판매단가)가 하락했고, 매출 하락에 따라 비용구조도 약화되면서 전 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CE 사업도 TV의 경우 월드컵 특수 이후 상대적으로 판매가 둔화된 가운데 실적이 감소했고, 생활가전도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판매가 줄어들고 에어컨 성수기가 조기에 종료되면서 실적이 감소했다.
◆다시 아이폰 쇼크?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휴대폰에서 7조원 가까이를 벌어들이며 영업익에서 사상 첫 10조원 고지를 밟았다. 그러나 1년만에 이는 실적 하락전 마지막 축포가 된 형국이다. 이후 실적 둔화가 이어지면서 이번 3분기에는 영업익이 60% 가량 급감, 지난 2011년 3분기 4조8천억원 이후 최악의 실적을 거뒀다.
실적 효자 였던 휴대폰이 이번에 실적 악화의 주범이 됐다. 지난해 3분기 전체 영업익의 70%를 벌어들이던 삼성전자 IM부문은 3분기 영업익이 2조원을 밑도는 1조7천500억원 까지 하락하며 비중도 43%까지 떨어졌다. 영업이익률도 18%를 웃돌 던게 1년새 7.1%로 하락했다.
이는 아이폰 쇼크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 2010년 2분기 7.2% 이후 최악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피처폰 시절 평균 영업이익률 약 10%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수익성이 좋은 스마트폰을 8천만대 이상 팔고도 피처폰만큼도 벌지 못한 셈이다.
이 탓에 삼성전자의 전체 수익성도 급락세다. 1년전 17%에 달했던 전체 영업이익률은 8.6%까지 떨어졌다. 같은기간 애플은 매출 421억2천만달러(약44조6천억원), 순이익이 84억7천만달러(약 8조9천억원)를 올렸다. 아이폰 출하량은 3천927만대를 기록했다.
애플은 3분기 아이폰 출하량을 늘린데다, 20%대 순이익률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3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다소 주춤했지만 8천만대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애플의 배 이상 스마트폰을 팔고도 수익성은 크게 못미치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재고 관리나 브랜드, 공급선 관리 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의 세트 경쟁력의 문제는 TV와 가전의 실적 악화에서 보듯 CE부문도 예외는 아니다.
CE부문 3분기 매출은 11조6천억원, 영업이익은 500억원을 기록했다. 당초 1천억원대를 예상했던 시장 기대치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11%, 전년대비 4% 가량 하락한 반면 영업익은 전분기 대비 94% 가량, 전년대비 85% 가량 급감했다. 수익성 하락만 보면 휴대폰 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2분기와 지난해 3분기 CE부문 영업익은 각각 7천200억원과 3천500억원에 달했다.
초고화질(UHD) TV 라인업을 강화, 주요 국가에서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는 높여왔지만 판가하락과 가격강세 영향으로 수익성에서 고전했던 가전은 물론 TV 수익성마저 크게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간판으로, 패널은 우려보다는 선전
삼성전자가 이같은 세트사업의 부진에도 분기 영업익 4조원을 지켜낸 것은 단연 업황 호조가 이어진 반도체와 시장 우려보다 나은 실적은 거둔 디스플레이 패널 등 부품부문(DS)의 역할이 컸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이 포함된 DS부문의 3분기 매출은 16조2천900억원, 영업이익 2조3천3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매출 17조9천억원, 영업이익 3조900억원) 대비 하락했지만 전분기(매출 16조2천300억원, 영업이익 2조900억원) 대비 소폭 상승했다.
특히 반도체 부문에서만 영업익 2조2천600억원을 올리며 각 사업부문 중 가장 많은 영업익을 올렸다. 같은기간 휴대폰 등이 포함된 IM부문 영억익이 1조7천500억원에 그치면서 지난 2011년 2분기 이후 반도체가 IM의 영업익을 추월했다. 갤럭시 신화에서 다시 메모리 시대로 돌아선 셈이다.
이같은 반도체 부문 호조는 성수기 수요 견조 속 수익성 중심 제품 운영 및 첨단 공정 전환 등에 힘입은 결과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다만 시스템LSI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수요 감소속에서 거래선 부품 재고 조정 영향으로 실적이 약화돼 여전히 반도체 실적의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는 액정표시장치(LCD) 판매 호조가 이어졌지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판매 약세로 실적이 감소했다. 전분기는 물론 전년대비 영업익은 줄었지만 그나마 적자전환에 대한 시장 우려와 달리 600억원 가량의 영업익을 낸 것은 다행인 셈이다.
◆4분기도 어려워…현 시스템 경영 '적신호'
3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됐지만 이를 바닥으로 4분기 반전을 모색할 지도 낙관하기 어렵다.
당장 실적 개선의 키를 쥐 IM부문의 경우 연말 성수기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수요 증가가 예상되나 업체간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때문. 실제로 삼성전자의 전략폰 갤럭시S5의 기대밖 부진과 달리 애플 아이폰6와 플러스의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삼성전자가 추가로 갤럭시노트4와 엣지 등을 투입했지만 애플 공세에 맞서 얼마나 효과를 볼 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또 보급형인 갤럭시A 시리즈 등이 중국 화웨이나 샤오미 등 저가 공세를 얼마나 막아낼 지도 관건이다.
CE 부문 역시 4분기 TV 등 계절적 성수기 진입으로 실적 개선세가 기대되지만 여전히 가전 등의 수익성 개선 등은 더딘 상황이다.
그나마 반도체의 경우 업황 호조가 이어지면서 4분기에도 견조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부담이 되고 있는 시스템LSI는 내년 1분기에나 본격적인 반등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디스플레이 패널 역시 LCD패널은 4분기에 UHD TV 시장 지속 확대와 사이즈 대형화로 견조한 수급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나, 주력이됐던 OLED패널의 실적 하락은 여전한 부담이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수익성 둔화가 애플 등 경쟁사에 비해 가파르고, 단기에 모멘텀을 찾기 어렵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
실적 악화에 따른 위기론이 확산되면서 현 체제의 시스템 경영에는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공백이 장기화 되면서 이를 돌파할 새로운 체제 변화가 시급하다는 얘기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 등에 속도를 내면서 삼성전자의 경영체제 변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영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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