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회에서 새해 예산안 시정 연설을 한 뒤 여야 지도부를 만날 계획이어서 정국이 화해 모드로 흐를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새해 예산안의 의미와 배경을 설명하며 시한 내 처리를 요청할 예정이다. 또, 경제 입법의 조속한 처리와 개혁 이슈에 대한 초당적 협력도 당부할 예정이다.
◆대통령과 여야 회동, 공무원 연금·서민증세 논란 이슈
이 회동에서는 박 대통령이 연내 처리를 당부하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가 우선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100만 공무원과 공무원 가족들을 모두 포함하면 800만 명이 이해 당사자가 되는 공무원연금 문제는 잘못하면 정국의 변화까지 부를 수 있는 문제다. 공무원 노조가 정권 퇴진 운동까지 거론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는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바라는 조속한 개혁이 이뤄지려면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8일 영상 국무회의에서 "개혁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부담이 증가하고 현행 시스템을 유지하는 게 더 어려워진다"면서 "정부는 금년 내에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공무원연금 개혁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연내 처리 입장에 반대하고 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29일 비대위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그 자체를 반대하는 국민은 없다"면서 "그러나 국회의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사이버 검열과 새해 예산의 서민 증세 논란, 자원외교 문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재연기도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이날 "대통령과 먹고 사는 것이 버거운 서민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전달할 것"이라며 "비판은 하고 협조할 것은 협조하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정기국회 이후 본격화될 개헌 이슈가 논의될지는 미지수다. 청와대가 경제의 블랙홀이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김무성 대표의 개헌 봇물 발언 이후 여권에서는 논의가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반면 야당은 개헌에 적극적이다.
여권에서도 상당수의 개헌론자가 있어서 개헌 이슈가 사그라질 가능성은 적지만, 개헌에 대해 반대한 박 대통령이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말할 가능성은 적다.
◆작년 회동은 최악의 결말, 올해는 다를까
한편,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으로 청와대와 야권의 관계에 훈풍이 불지가 여부에 주목된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 연설과 여야 지도부 회동 때는 오히려 여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다.
권력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사과 요구 등 야권의 7개 요구에 박근혜 대통령이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면서 야당이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심지어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이후 청와대 경호원과 야당 국회의원 간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야당이 규탄집회를 여는 등 분위기는 험악하게 흘렀다.
그러나 권력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 발언 논란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었던 작년과 올해의 분위기는 다르다.
올해 쟁점인 세월호 3법은 여야가 모두 99% 합의됐다고 할 정도로 정리되고 있고, 야권의 지도부인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우윤근 원내대표는 모두 온건하고 합리적인 성품이다.
모처럼 무릎을 맞대는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들이 개헌과 공무원연금 등 난제들이 산적한 현 정국을 풀 수 있는 초당적 협력 분위기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채송무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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